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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5. 2023

섬진강 참게탕

바다에서 생명을 얻고 민물에서 만들어진 맛

바다와 강을 오가면서 사는 생물들이 있다. 강의 하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재료는 재첩과 참게가 있는데 모두 섬진강에서 자라나며 지역의 맛을 기억하게 한다. 섬진강에는 하동과 구례가 있다. 이 두 곳을 모두 가도 맛볼 수 있는 음식 중 재첩국과 참게탕이 있는데 지역마다 약간의 특징이 다르다. 주로 하동에서 먹는 편이기는 하지만 둘 다 특색 있는 맛이 있다. 

참게는 양식하기가 쉽지가 않다. 한 공간에서 키우면 서로 잡아먹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래서 자연산이 대부분이다. 번식을 위해서는 섬진강의 강물을 타고 가을철에 바다로 내려가는데 해변가에서 바다에 알을 낳아서 부화시킨다. 새끼들은 부화한 이후에 강물을 따라 상류로 올라와서 생장하게 된다. 참게는 보통 그물이나 낚시가 아니라 포획망을 놓고 잡는다고 한다.  

하동의 맛으로 유명한 곳으로 찾아왔다. 참게탕이 무척 먹고 싶기도 했지만 추운 겨울날의 그 시원한 맛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동 참게탕은 진득하면서도 토속적인 맛이 있어서 마치 흙맛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곳은 참게장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사실 꽃게로 만든 간장게장은 좋아하지만 참게로 만든 간장게장은 먹을 것이 많지 않아서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서비스로 나오는 참게장은 꼭 먹어보며 꽃게 간장게장과 다른 맛을 느껴보곤 한다.  

이 부근의 식당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자미찜은 어느 식당을 가도 맛볼 수가 있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면 참게탕이 나온다. 참게탕은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생장하는 참게의 맛으로 담았는데 구례에서는 보통 수제비를 잘 넣지 않는데 하동에서는 수제비를 넣은 참게탕이 많다. 

하동의 참게탕은 고추장 베이스가 아니라 된장베이스로 여기에 고춧가루를 섞어서 간을 맞춘다.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것이 좋다. 특히 시래기나 무청에 국물이 스며들어 있어서 참게보다 더 인기가 많다. 

먹을 것이 꽃게탕보다 적기는 하지만 말할 수 없는 이 묘한 시원함은 꽃게로 낼 수 없는 그런 매력이 있다. 국내에서 서식하는 참게는 네 종류가 있는데 참게, 애기참게, 동남참게, 남방참게로 이 중에서 섬진강에는 동남참게가 산다. 참게탕을 잘 먹기 위해서는 조금은 번거롭지만 게 등껍질을 손에 살짝 쥐고 젓가락으로 알을 파내고 파낸 알을 따듯한 밥 위에 올린 다음 따뜻한 참게탕 국물에 적시고 우거지를 올려서 먹는 것이 거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다. 밥 두 공기정도는 쉽게 먹어치울 수 있는 식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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