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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5. 2023

니가 웃으면 나는 좋아.

구미의 신라불교초전지를 돌아보는 여유

어떤 언어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과의 사이의 거리가 느껴진다. 말이라는 것은 어떨 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가깝고 어떨 때는 소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화의 밀도는 사람마다 대상마다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좋은 대화라는 것은 그 밀도의 수준을 잘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대화의 잔상은 좋게 여운을 가져가지만 어떤 대화의 잔상은 생각할수록 숙취가 남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불교의 언어는 격한 느낌이 적은 편이다. 불교는 성급함이 느껴지게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다. 1,600년 전 신라에 불교가 들어온 곳에 신라불교초전지가 조성이 되어 있다. 아도화상이 신라에 전법을 하기 위해 왔던 것이다. 

평일에 방문한 신라불교초전지는 찾아온 사람들이 없어서 한적한 모습이었다. 삼국시대에는 청동기시대에서 이어져온 토착신앙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불교가 자리를 잡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마을을 돌아보듯이 이곳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문구에서 적절하게 느껴지는 대화의 문구를 발견하였다. 별것이 아니겠지만 대화의 밀도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불교초전지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과 즐거움의 향기가 사랑채의 포근한 공간처럼 피어나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즐길 수 있도록 피크닉, 공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은 향기가 모랑모락 피어나는 사랑채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도개는 '불도를 처음 열었다'의 뜻으로 풀이하는데 아도화상이 신라에서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역사적인 현장인 도개면(桃開面) 지명의 유래를 엿볼 수 있다. 신라불교초전지는 지난 2017년 10월 경북 3대 문화권 문화·생태조성 전략사업의 일환으로 도개면 일대에 부지 3만 6천919㎡, 건축 면적 2천535㎡ 규모로 조성되었다. 

한옥이 자리한 이곳에서 전통가옥체험관은 성불관을 비롯해 6개의 한옥 독채로 숙박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한옥 독채에 따라 최대 6~10인까지 수용가능하다고 한다. 각각의 방에는 온돌마루, 방, 화장실, 주방 등의 기본적인 시설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 

불교는 하나의 종교라기보다는 국가를 하나로 결집하고 왕권을 강화하는데 역할을 하였다. 아도화상의 화상은 역생(力生)으로도 번역되는데, 스승의 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신라불교초전지의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보면 문구들이 눈에 뜨인다. 그냥 생각 없이 지나가면 기억에 남지 않지만 누군가는 이곳을 조성할 때 읽히길 바랐을 것이다. 

아도화상은 이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을 것이다. 불교라는 것이 생소했을 그때에 어떤 관점으로 사람들과 대화의 밀도를 유지했을까. 

2023년에 구미시는 문화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선산 장원방 조성, 신라불교초전지 미로공원 조성, 구미 1969 산업투어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니가 웃으면 나는 좋아'라는 문구는 무겁지는 않지만 가볍지만도 않다. 어떤 대화는 너무나 날카로워서 공격적으로 들리게 된다. 어떤 대화는 자연스럽게 상대의 이야기와 함께 공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우리는 모두 그 밀도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날 신라불교초전지의 여행밀도는 여유롭지만 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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