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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0. 2023

진천 농다리 (鎭川籠--)

봄의 미호천을 건너가 보는 돌다리길

사람이 단단하다는 의미는 잘 짜인 시간의 날줄과 그 사람의 성격인 씨줄이 잘 엮어 있다는 의미다. 성격이 좋아도 시간의 날줄을 잘 역지 못하면 베가 되지 못한다. 하나를 엮었으면 다른 하나를 엮고 그 다른 하나를 엮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만 어떤 시간대에서는 느슨하게 되기도 하고 어떤 시간대에서는 너무 타이트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모양인지 주차장이 상당히 크게 조성이 되어 있는데 차를 세우고 농다리까지 걷는 길이 긴 편이다. 씨줄날줄로 촘촘하게 엮은 대바구니, 혹은 잘 짜인 궤짝을 뜻하는 농(籠) 자를 쓰는 진천 농다리는 계단식으로 붉은빛이 살짝 감도는 돌을 올려 교각 28개를 만들고 보행용 상판석을 얹은 것이 특징이다. 

오래간만에 왔더니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다. 진천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여행지였는데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듯하다. 

세계 각국의 다리 전문가들은 이 농다리를 1000년 전 과학의 개가로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견고하게 축조한 농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됐다. 

영화촬영지로 활용되는 이곳은 드라마 밥이 되어라가 촬영된 모양이었다.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흐르게 만든 수월교(水越橋) 형태로 해서 큰 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곳에 놓인 돌다리는 두 개다. 중심이 되는 진천 농다리가 위쪽에 있고 아래쪽에는 그보다 작은 돌다리가 놓여 있다. 

올해 말까지 초평호를 가로질러 미르숲길과 초평청소년수련원 방면을 잇는 제2하늘다리를 건설이 되면 진천 농다리와 초평호를 중심으로 조성한 초롱길(3㎞)이 하나로 연결돼 기존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최소화될 듯하다. 

진천에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하나인 농다리는 한원진이라는 그 아름다움을 한시로 읊어낸 적이 있다. 작은 낙석으로 다리를 쌓았지만 장마와 폭우에도 떠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과학적 기술로 축조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다. 

이곳까지 왔으니 진천 농다리를 걸어서 넘어가 본다. 어떻게 보면 엉성해 보이지만 물길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힘 빼기를 하는 철학이 담겨 있는 돌다리다. 

자연의 힘을 그대로 거슬러 보내면서 시간의 힘을 가진 다리를 보고 있으니 우리 문화가 가진 저력을 보는 것만 같다.  

튼튼하다고 해서 돌다리를 건널 때 대충 건너면 위험할 수가 있다. 이 돌다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S라인으로 물의 에너지를 흘려보내는데 최적화를 해두었다. 뉴웨이브(New Wave) 생거진천 레이크파크가 진천군에서 추진될 예정인데 초평호 하늘다리로 이어지는 관광 코스가 포함된 뉴웨이브 사업은 백곡호, 뮤지엄파크, 이월(송림저수지), 초평호 등 4개 권역을 중심으로 32개의 세부 사업 추진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물이 많지가 않아서 모래가 자연스럽게 쌓여서 사람들이 돌아보기에 좋은 디달땅이 만들어져 있었다. 작년에 '생거진천 농·예·문 통합축제'가 이부근에서 열렸는데 축제의 주제는 '행복한 NEW 진천으로 초대! 함께하여 더욱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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