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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4. 2023

봄의 정원

천년 여행길 걷기의 여정지 여하정 

계절에 상관없이 어떤 풍경을 보고 남다른 감성을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아이들을 보면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에 애정에 어린 집착을 보일 때가 있다. 그 모든 것이 뇌의 작용으로 만들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몸의 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뇌에서 처리를 하지 않고 지나쳐버리면 무감각해진다. 그런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종의 각성을 일으키는 커피나 똑딱거리는 시계를 계속 집중하면서 보고 있으면 된다. 문제는 커피를 마셔봐야 그 각성은 5분을 넘지 않고 시계를 계속 보고 있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젊게 살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보통은 외모에만 투자를 하고 내면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내면에 투자를 한다는 것을 세상을 더 잘게 쪼개서 볼 수 있도록 뇌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세상을 쪼개서 보지 않으면 뭉뚱거려서 보게 된다. 하나하나 보면 아무리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전체로 보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한 달이 지나갔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뇌가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이다. 

홍주성 천년여행길의 여정에는 홍성군청이 자리하고 있다. 홍성군청은 마치 열린 공간처럼 느끼게 만드는 곳이다. 입구에는 고려 공민왕 때 심은 것으로 알려진 오관리 느티나무다. 고을에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느티나무가 밤새 소리를 내어 화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이른 때인가. 나무에 신록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신록은 늦봄인 5월을 일컫기도 하는데 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푸른 잎을 의미한다. 

홍성군청 뒤에 자리한 안회당은 홍주목의 동헌으로, 오량으로 된 22칸의 목조와가이며, 고종7년(1870) 4월에 상량하여 전 주민의 정성과 정교한 기술로 완성한 관서로서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안회당을 뒤로하고 나가면 정원이 있다. 정원에는 연못이 있고 신축한 수상정인 여하정이 자리하고 있다. 앞에는 여름에 화사하게 꽃이 피게 될 배롱나무가 있다. 

가까운 사람 중에 세상의 변화나 꽃, 나무, 풍경등에 아무런 감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전에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뇌과학의 연구결과를 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만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오랜 시간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살았는데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변화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런 사람에게는 1년이나 10년이나 차이가 별로 없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1년 12달이 아니라 1년 12일이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너무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한다. 뇌의 변화가 적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나이를 빨리 먹을 자세가 되어 있다는 의미다. 

멋들어진 정자에 오래된 고목이 물가에 드리우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정원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낮에는 항상 물을 틀어놓고 있는데 그 물소리가 마치 흘러가는 것처럼 들린다. 

찬란한 천년 역사를 품에 안고 있는 내포의 큰 고을 홍주를 돌아보는 길이라는 홍주성 천년여행길은 여러 길(서민경제의 장터길, 힐링공간인 매봉재길, 추억의 골목길등)이 있는데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홍주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홍주성길이 중심이 되어준다. 

다리에 올라서서 앉아보니 먹을 것을 주는 줄 알고 고기들이 몰려오고 있다. 손안에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아무것이나 주는 것도 고기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홍성군청뒤의 자리한 봄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급하게 변하는 것은 없다. 오가는 사람이나 아래로 돌아다니는 물고기정도만이 눈에 뜨인다. 기울어져가는 태양이 안쪽까지 비쳐 들고 가끔씩 들려오는 새소리를 제외하면 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는다. 계절은 품은 정원을 거니는 것은 그 정경에 스며든 필자와 관계없을지는 모르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껴보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을 일상적으료 묘사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만으로 시간을 길게 늘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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