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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30. 2023

청주시벚꽃거리

무심한 듯 찾아온 노랑과 분홍의 무심천

벚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졌다. 3월 말에서 4월 초면 전국에 모든 벚꽃이 흩날리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킨 다음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사이에 노란색의 개나리가 피어오르며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무심한 듯이 찾아왔다가 무심하게 떠나버리는 벚꽃은 그렇게 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놓치지 못하는 벚꽃의 향연을 보기 위해 청주의 무심천이라는 곳으로 발길을 해보았다. 

차를 적당한 곳에다가 세워두고 무심천으로 가본다. 길거리에 피어 있는 개나리와 벚꽃이 차마 이곳을 지나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행복은 매번 다른 것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새롭게 다른 방법으로 계속 경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꾸준히 시도하는 일상은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끊임없이 재확인시켜준다. 

매년 봄꽃을 보았을 텐데 불구하고 다른 방법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글을 써보려고 노력을 한다. 그것이 완성되든 완성되지 않든 간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적어도 스스로 확인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무심천으로 걸어서 내려가보기로 한다. 이곳으로 봄꽃 나들이를 나오려면 이번 주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게다가 변덕스러운 날씨가 비라도 내리게 하면 벚꽃은 그새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만다. 

올해는 창원의 진해군항제를 보러 가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6~7번은 가본 것 같은데 올해는 다른 곳을 가보기로 했다 

무심천은 길이 33.5㎞로 금강의 제2지류로 청원군 가덕면 내암리 567m 지점 북쪽 계곡에서 발원해 문의면·남일면 일대를 지나 청주시를 관류한 뒤 청원군 북일면과 청주시 원평동 사이에서 미호천에 흘러들어 가는 천이다. 

무심천으로 가는 길목에는 차량이 지나가니 조심해서 건너는 것이 좋다.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보면 차량이 알아서 멈추어주는 것을 보면 확실히 교통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심천에는 신기하게도 나무로 만든 목교가 남아 있었다. 무심천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돌다리로 되어 있지만 옛날에 있었던 좁은 천변에는 목교가 그대로 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저 멀리까지 피어 있는 벚꽃을 본다. 내년에는 다른 모습의 벚꽃이 피지는 않겠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필자가 되어 있을 듯하다. 

건전한 정서 혹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과 그 대상에 대한 생각을 사랑하는 것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을 기쁘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것은 늘 자신 안에 존재한다. 

저 목교는 오래되어 보리는 다리다. 오래되었지만 튼튼하다. 저 너머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목교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보통은 옛날 방식으로 만든 돌다리가 남아 있을 텐데 말이다. 

저 건너편은 차량이 다닐 수 있었다면 이곳은 차량이 다닐 수가 없다. 자전거나 사람만이 통행을 할 수가 있는 곳이다. 

건너편에 와서 보니 서원대학교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도 벚꽃이 많이 피어 있구나를 확인하면서 다시 건너편으로 가본다. 멋지다 연진아를 연발하였던 송혜교가 바둑을 주던 공원에도 벚꽃이 피어 있을지가 궁금했다. 

성곽이 제법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청주의 중앙공원이다. 따스한 봄날씨 벚꽃이 개화하는 무심천과 멀지 않은 곳에는 용화사가 자리하고 있다. 용화사는 문동은이 최혜정의 예비 시어머니와 만났던 곳이다. 용화사는 1992년 국립청주박물관이 옛 절터인 용화사 부근에서 발굴한 청동반자의 명문 판독 결과 고려 후기에 큰 사찰이었던 사뇌사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공원에는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 모두들 윷놀이를 하고 계시는데 판도 안 깔고 그냥 바닥에다가 던지신다. 

천년의 사랑길이라고 명명된 곳을 걸으면 벚꽃이 보일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이곳에 유명한 호떡이 있는데 항상 줄이 길어서 그냥 지나가 본다. 아주 평범한 날 아무 일이 없이 무심하게 사람이 없다면 한 번 먹어볼 생각이다. 

다행히 벚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었다. 무심천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홀로 있기에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영광을 바라고 기대할까. 영어 글로리의 뜻에서 '이런 고마울 데가'란 해석이 있다. 봄의 벚꽃을 보는 것은 시선이 안에서 밖으로 향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잘 담아보려는 마음의 시선은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해야 한다. 안으로 향하는 것은 언제나 그것만으로 고마울 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청주벚꽃 #청주벚꽃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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