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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4. 2023

계곡과 산림욕의 콜라보

명주굴이라고 불렸던 원주 백운산 자락의 천은사계곡

충주에서 원주, 원주에서 횡성까지 이어지는 길목에 안쪽으로 들어가는 계곡길들이 있다. 원주에서 충주 방면으로 20km 지점의 양안치고개 국도변에는 크지는 않지만 계곡을 보며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천은사계곡이라는 곳이 있다. 계곡 아래쪽 20여 가구 마을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비가 안 오면 제사를 지냈던 곳이 바로 이 명주굴이라고 불렀는데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연못에 넣으면 모두 들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들어가지 않는 길도 잘 찾아서 들어간다. 천은사라는 사찰도 궁금했지만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에 끌려서 들어가게 되었다. 

천은사 계곡 내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암반 위에 흐르는 깨끗한 물과 울창한 숲은 피서와 더불어 삼림욕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며 백운산 정상까지 가는 등산로가 만들어진 곳이다. 

원주는 다른 지역보다 꽃피고 초록이 채워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계절이 늦게 오고 늦게 단풍이 들지만 눈은 빨리 내린다. 최근 강릉에서 불이 났다고 하는데 계곡이 있는 곳은 물이 많아서 그런지 자연발생적으로 불이 나지는 않는 듯하다. 

천은사라는 사찰은 크지는 않은 사찰이다. 암자에 가깝다고 할까. 천은사 계곡 주변 숲의 상쾌한 기운과 사찰의 향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탐방로에는 산림욕 및 수려한 자연문화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지금 다른 지역은 모두 봄의 색이 넘치고 있지만 이곳은 소나무만이 푸르름을 보이고 있다. 

누구나 그런 말을 한다. 원하는 것을 하라고 말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손 안의 것들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일상에 균열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의 기와에는 다양한 문구들이 적혀 있다. 애쓰지 않아도 절러 느껴지는 계절이 찾아오는 가운데 어딘가에 있을 용기라는 노를 끄집어내서 꿈꾸던 길을 가기 위해 열심히 배를 돌려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삶이다. 

해학적으로 웃고 있는 상의 모습을 본다. 흔히 사찰에서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넉넉해 보이는 표정이 해학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금 하는 경험들이나 보는 것들이 필자를 어떤 길로 이끌지는 알 수는 없다. 분명히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열린 결말로 살아가고 있다. 

가만히 흘러내려오는 물을 본다. 이 물이 흘러내려가면 원주의 섬강에 도착을 하겠지란 생각을 어렴풋이 해본다. 

이곳은 천은사의 중심이 되는 건물인 대웅전이다. 사찰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아서 건물이 낡지가 않았다. 

우리는 보통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실패라고 받아들인다. 이곳에 쏟아내려 지는 물이 바다로 갈 것을 생각하지 않듯이 멀리 보면 그런 경험들을 다른 것을 만들어줄지 모른다. 

이 석상은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얼마나 지켜보고 있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현명해지고 더 혜안을 가진 것은 사실일까.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삶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간에 열심히 살았다면 그것만으로 족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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