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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7. 2023

나는 당신을 봅니다.

부처님 오신 날 현관(現觀)하며 만나보는 동해 삼화사

어떤 집에나 하나씩은 있는 것이 있다.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지나쳐야 가야 하는 곳이 바로 현관문이다. 현관(現觀)은 불교용어로 규모가 있는 사찰을 들어갈 때 지나치는 일주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찰에서 일주문은 보통 두 개의 기둥으로 세워져 있는데 옆에서 보면 하나로 보이고 하나의 마음만을 가지고 들어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자신의 눈으로 당신을 본다는 의미의 I see you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감독이 영화에서 등장시키기도 했다. 

동해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전국에 있는 계곡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로 두타산의 무릉계곡이 있다. 무릉이라는 말 역시 불교나 유교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다. 

우리가 집의 입구로 들어가는 현관문의 현관은 산스크리트어나 티베트어로는 abhisamaya, mngon par rtogs pa라고 쓰는데 어느 곳을 가든지 관문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어떤 지혜를 대상 그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상당히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두타산 삼화사라는 사찰은 무릉계곡의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고적에 의하면 삼화사 창건 당시 약사삼불 백, 중, 계 삼 형제가 처음 서역에서 동해로 용을 타고 왔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고 한다. 우선 두타산삼화사라고 쓰여 있는 일주문을 지나쳐간다. 

삼형제들중 맏형은 흑련을 가지고 흑련대에 둘째는 청련을 가지고 청련대에 막내는 금련을 가지고 금련대에 각각 머물렀다고 하여 지금의 삼화사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제 다리를 건너면 동해시 두타산의 삼화사가 나온다. 

지금의 위치는 강원도 동해시 삼화로 584에 자리하고 있는데 국행수륙도량 삼화사는 1977년에 원절터가 쌍용양회 채광권에 편입되어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쌍용양회는 오랜 시간 이곳에서 석회석을 캔 기업이다.  해수의 화학적 작용에 의하여 인산염이 많아진 석회석은 비료 산업 원료 물질의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삼화사의 입구에는 12 지신상의 석상이 있다. 띠마다 모두 다른 의미와 이름을 담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서 사람들의 소원을 걸어둘 연등이 걸려 있는 삼화사다. 삼화사는 10여 개의 부석암자를 보유한 사찰로 제왕운기를 집필한 동안거사 이승휴가 불경을 빌려 볼정도였다고 한다. 


1905년에 삼척지방 의병들의 거점으로 이용되었으며, 1906년에 일본은 의병의 거점 파괴라는 이유를 붙여 대웅전, 선당 등 200여 칸에 이르는 건물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현관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대표적인 불교 수행론 또는 교의로는 부파불교의 4 제현관(四諦現觀)과 대승불교의 6 현관(六現觀)이 있다

천년고찰이지만 건물은 지어진지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찰은 산속에 있어서 고요한 것이 특징이다. 가끔씩 들려오는 새소리 나 종소리만이 유일한 소리이며 계곡으로 가면 들리는 물소리 모두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곳의 감로수도 상당히 맑은 편이다. 지혜와 대상이 바로(直接) 만나는 것을 뜻하며 이런 의미에서 현관(現觀)은 무루의 지혜로써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요즘이다. 

집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모두가 현관문을 오고 간다. 모든 사람의 집에 현관이 있지만 그걸 지나치면서 느끼는 것은 모두가 다르다. 대승불교에서는 현관은 진리를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생각은 어떻게 명료하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두타산자락에 위치한 삼화사에서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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