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y 27. 2023

순환의 기원

마음으로 솟아나는 생명의 물이 있는 태백 황지못

어디선가에서 시작된 물은 흘러가서 강의 하구에 이르게 된다. 바다로 들어간 물은 언젠가는 다시 순환의 과정을 거쳐 물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데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어떤 물분자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는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다윈이 쓴 종의 기원의 끝부분에 보면 "하나 혹은 적은 수의 생명체에 처음으로 생명이 깃들고 이 행성이 중력의 법칙에 따라 도는 동안 너무나도 간단한 기원으로부터 끝없는 생명들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놀랍도록 존재해 왔고 존재하고 있으며 진화해 왔다. 이러한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있다."라고 쓰여있다.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과 같이 큰 강은 시원지가 있는데 물의 시작이라고 보는 지점이다. 대부분 산속이나 깊은 계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낙동강만큼은 도시 한가운데 있는데 그곳이 바로 태백시다. 태백시에 오면 중심지에 공원이 있고 이곳을 황지못이라고 부르고 있다. 

저 아래로 경북과 경남의 울산, 포항, 안동, 부산등을 적시며 흘러가는 낙동강은 이곳에서 시작이 된다. 생명의 기원이 이곳에서 시작이 되는 곳이다. 처음 본 곳이었는데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곳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곳에는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더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큰 부를 얻는 데 있어서 온전히 자신의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가 없다. 감사하는 마음을 생각하지 않았던 황부자라는 사람이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맑은 물과 불빛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이 부근의 땅이 황부자의 집이었으니 그 집의 규모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온갖 악행을 마다하지 않으며 돈을 모았던 큰 부자 황부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한 스님이 찾아왔다고 한다. 부처님의 덕으로 부자가 되었으니 부처님에게 시주하기를 권했다고 한다. 그런 스님에게 황부자는 화를 내면서 자신이 열심히 해서 부자가 되었다고 하면서 스님에게 역정을 냈다고 한다. 

물을 어디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물이 매일 5,000톤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간다. 물이 찼으면 흘러가고 비워지면 채워지는 법이지만 황부자는 그 이치를 깨닫지 못했다. 

태백시의 곳곳을 가보면 황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래도 이름을 남긴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후대에 길이길이 그 인색함과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탄식을 하면서 돌아가는 스님에게 쇠똥을 뒤집어 씌우며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다. 

불교에서 사람은 끊임없이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다시 그 일을 되풀이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그 과정을 반복하다가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해탈이라고 부른다. 이곳의 물은 조명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비함 그 자체처럼 보인다. 

그런 황부자에게 마음이 따뜻한 며느리가 있었는데 그 며느리는 쌀을 시주하면서 자신이 대신 사과하며 용서해 달라고 하였다고 한다. 차마 그녀까지 죽게 할 수 없었던 스님은 이 집의 운이 다해서 말해주려고 했다면서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한다. 그녀는 스님의 말을 온전히 믿기가 어려웠지만 그 스님의 얼굴에서 거짓이 느껴지지 않자 자신의 아이와 함께 생각할 겨를이 없이 따라나섰다고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던 스님과 며느리와 아이는 산에 이르렀을 때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천둥 번개가 쳤는데 황부자의 집이 있던 곳이 갈라지면서 그곳에서 물이 솟아났다고 한다. 집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큰 연못이 생겼는데 집이 있던 곳을 상지, 방앗간이 있었던 곳은 중지, 화장실이 있었던 곳은 하지라고 부르고 있다. 

귀가 닫혀있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좋은 말을 해주어도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황부자 역시 선의로 이야기를 했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는 집과 함께 죽을 운명이었을 것이다. 순환의 길에서 그걸 억지로 역행할 수는 없다. 맑고 좋은 물이 아무리 많이 솟아난들 계속 채워둘 수 없고 흘러 보내는 이곳처럼 말이다. 사람의 모든 고통은 그걸 마음에 담아놓기에 생긴다. 매일매일의 감정은 솟아난다. 그걸 모두 담아놓을 수는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유의 계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