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이 사랑했던 봉화의 아름다운 청량산
"태백산맥에서 들로 내려오다가 예안강 위에서 고개를 이루었다. 밖에서 바라보면 단지 수개의 꽃송이와 같은 흙산 봉우리뿐이다. 그러나 강을 건너 골짜기 마을로 들어가면 사면이 돌벽으로 둘렸는데 모두 대단히 높고 엄하며, 기이하고 험하여 그 모양을 무어라 말할 수가 없다" - 이중환 택리지
신라와 고려를 거슬러 올라가 보아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이 고을에는 금륜과 옥마가 지척에 자리를 잡는 곳이었다고 한다. 봉화의 산세는 청풍고절의 기상을 품었다고 하는데 최치원이 머물렀던 산이 있다. 청량산의 급탑봉은 치원봉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는데 그 정도로 최치원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지는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봉화의 청량산이라는 산은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며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치원의 유적으로 치원암터와 총명수가 있으며 풍혈대는 최치원이 독서하고 바둑을 즐긴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청량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청량지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 관문이 있다. 청량산의 경치를 볼 수 있는 문이라고 해야 할까. 청량산에는 천년고찰로 불리는 청량사가 있는데 청량사는 신라시대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그 전설도 지금까지 남아 있다.
청량산의 입구에는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봉화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만들기 위한 기반시설이 아닐까란 짐작을 해본다. 퇴계 이황도 청량산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산을 예찬하여 후세 사람들이 그를 기념하여 세운 청량정사(淸凉精舍)가 남아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산에는 그 산세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3대 기악에 걸맞게 최치원이 찾아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금탑봉·연화봉·축융봉·경일봉·선학봉·탁필봉 등 30여 개의 봉우리들이 있는 산이다.
청량산의 곳곳에는 옛사람들이 남긴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낙동강 상류인 광석나루터 일대는 아름다운 경치와 맑은 물로 여름철 피서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퇴계 이황도 이곳을 자주 찾을 정도로 청량산인으로 불리고 있다.
돌에 새겨진 것은 이황의 글이다. 청량산을 유람하며 농부가 가을 수확을 얻은 것처럼 많은 것을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서실로 돌아와 조용히 향연을 마주하면서 느낀 감성을 쓰고 있다.
길을 걷는데 떨어지는 물소리에 다가가 본다. 물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폭포를 이루고 있었다. 이날은 가보지 않았지만 2008년에 건설된 하늘다리가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1982년에 경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문화재청에 의해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산인 청량산은 원효, 김생 , 이황, 의상 김생, 고려 공민왕 등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장소와 설화들이 전해지고 있다.
기암괴석 사이로 흘러내려오는 물을 쳐다본다.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는 물이다. 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이 물을 이루듯이 이어져서 후대로 이어져간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미스터 선샤인에서 등장한 고산정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은 바로 조선 중기의 학자로 퇴계 이황의 제자인 성성재 금난수(惺惺齋 琴蘭秀, 1530-1604)가 세운 정자로 청량산 공원 구역 내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금난수의 후손이라는 분이 고산정에 대해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낙동강과 정자가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데 퇴계 이황이 청량산을 오고 갈 때 여기에 자주 들려 빼어난 경치를 즐기고 여러 편의 시를 남겼다고 한다.
퇴계 이황은 안동에 자신의 집과 흔적을 남기고 있다. 봉황에서 그곳까지는 멀지 않아서 자주 오갔을 것이다. 현재 청량산에서 발견되는 식물은 95와 328 속 618종으로 그 종류는 다양하다고 한다.
계곡의 사이로 흘러가는 물은 청량산의 북측계곡을 흘러 북곡초등학교를 지나 명호천에 유입되는 북곡천과 남측 계곡에서 계류를 형성하여 광석나루터에서 명호천에 유입되는 계천(청량천)이 있다.
청량산 자락을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본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사람의 흔적이 이어져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청량산을 사랑했던 퇴계 이황이나 어디선가에서 신선이 되었다는 고운 최치원도 없지만 그들의 생각은 글로 남겨져 있다.
청량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큰 돌이 있는데 그곳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무불경, 무자기, 신기독과 함께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사무사(思無邪)가 있다. 신기독은 혼자 있을 때도 온전히 깨어서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만 하고 자신을 살펴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봉화의 청량산은 생각의 삿됨과 간사함이 스며들어 있지 않은 사무사라는 문구와 어울리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