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의 대표적인 마을기업으로 자리한 여미리의 유기방가옥
전국을 비롯하여 충청남도에도 수많은 마을기업들이 있다. 성공적인 마을도 있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마을도 있다. 어떤 마을은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표류하기도 한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가는 지방에서는 마을단위로 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 미래의 먹거리의 대안일 수가 있다. 마을마다 구심점이 되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체험하고 팔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이 필요하다.
서산의 여미리라는 곳은 대표적인 마을경제가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고 농촌이 배경이니만큼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유기방가옥이 관광의 접점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유기방가옥으로 가는 길목에는 오래된 노거수가 자리하고 있다. 노거수는 마을입구에서 항상 그 마을 사람들의 평안과 안녕을 지켜줄 것 같다. 점점 사람들이 대도시로 나가게 되면 인구 감소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역의 학교가 점증할 수밖에 없다. 당면한 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교육 환경 악화는 물론이고 지역의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궤(軌)를 만들어낸다.
기분 탓일까. 요즘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공간에 에너지가 부여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해가 쨍쨍할 때 여미리에 자리한 유기방가옥을 찾아가 보았다. 지난 4월에는 이곳에서 노란색으로 물들 때 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공간에 수선화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나름 나르시시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수선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물이 있는 곳을 지나쳐가면 수많은 요정의 마음을 흔든 소년을 닮아 수선화는 영롱한 빛깔과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튤립을 볼 수가 있다.
아직 여권도 갱신하지 않아서 비자가 필요 없지만 유기방가옥 앞에 자리하고 있는 비자나무는 만나볼 수 있다. 보존상태가 좋고 잘 다듬어진 비자나무 바둑판은 소위 명반(名盤)이라고 알려져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서 쉽게 바둑판으로 만들 수는 없다.
유기방가옥의 주변에는 다양한 수목이 심어져 있다. 한참 꽃이 피어날 때 유기방가옥은 마을경제를 끌어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제 고택으로 들어가 본다. 고종의 최측근인 궁내부 대신 이정문의 집으로 등장했는데, 꼿꼿하고 거침없는 집주인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으로 그려졌던 미스터 선샤인이 촬영지가 바로 이곳이다.
한국의 집들은 서양과는 달리 많은 강수량이 있어서 1층으로 지어졌다. 1층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도시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서울의 경복궁 앞이 아니면 대부분 5일장이 열렸다. 매일 장을 열정도로 인구밀도가 높지 않았기에 5일마다 장을 연 것이다. 보부상등이 오가는 5일장은 예전부터 마을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장날에 대한 의미가 컸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쉬면서 가져온 차도 마실 수 있고 옛날 세간살이도 볼 수가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 튤립구근 하나를 가지고 몇 백 년 전의 네덜란드를 간다면 큰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투자 광풍의 거품이 꺼지기 전에 가야 한다. 사람들은 때론 아무 의미 없는 것에 큰 가치를 부여하면서 불나방처럼 날아들기도 한다.
TV나 드라마 혹은 트로트등에서 나왔다고 해서 갑자기 방문자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마을경제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국에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갑작스럽게 늘어난 방문객은 언젠가는 꺼지게 되고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나 시설물은 쉽게 노후화된다. 유기방가옥이 자리한 여미리가 마을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꾸준하게 만들어가는 미래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