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n 04. 2023

질마재 시인마을

고창 미당 서정주의 시에 등장하는 질마재 신화

글에도 다양한 형식이나 쓰기에 따라 표현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시 역시 서정시, 서사시, , 산문시등으로 구분이 되는데 시가 연작으로 쓰이게 되면 마치 하나의 소설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고창의 미당 서정주가 쓴 질마재 신화 역시 그런 느낌이 드는 시다. 공동체적 유대와 가치, 전통적 정서를 반영하는 시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마땅할 도리를 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전통적인 세계의 삶을 지탱해 준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윤리의식이 담겨 있다. 

질마재 시인마을에는 휴양문화공간과 책방이 자리하고 있다. 한적한 농촌에 깔끔한 느낌의 공간이 새로 조성이 되어 있는 것이다.  

질마재 시인마을의 책방으로 들어가 보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본다. 질마재 신화에서 시는 질마재 사람들이 재곤이라는 앉은뱅이 사내를 신선 재곤이로 생각하게 된 과정을 설화 형식으로 쓴 산문시다. 

이곳에는 미당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도 읽어볼 수 있다. 1연 : 마을 사람들의 인정(재곤이에게 빌어먹고 살 권리를 줌), 2연 : 마을 사람들의 윤리 의식(천벌이 두려워 재곤이를 돌보아 줌), 3연 : 재곤이의 실종, 4연 : 조 선달 영감의 해석, 5연 : 마을 사람들의 공감으로 이어진다. 

보통 시라면 행을 길고 혹은 짧게 바꾸어 가면서 쓰는 것이 보통인데, 질마재 신화는 그렇지 않고 줄글로 되어 있다. 따라서, 마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이 시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 

보유하고 있는 책은 많지 않지만 다양한 시와 책을 읽어보면서 휴식을 취해볼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해 두었다.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마을에서 전해지는 소문을 민속학적이고 인류학적으로 써낸 질마재 신화에는 살밍 있다. 마을에는 사건 사고가 있고 연애 소문도 무성하다. 작은 가게에도 온갖 사람이 오가면서 이야기들이 확산되어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대로 해석하기도 하고 왜곡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속성이다. 그걸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소수일 뿐이다. 말로는 쉬워도 대중들이 읽기가 용이한 글로 쓰는 것은 쉽지가 않다.  


몇 권의 책을 뒤척여보고 다시 질마재 시인마을의 탁 트인 광장으로 나와서 걸어본다. 땅의 향기가 어디선가에서 풍겨오는 것 같다. 땅에는 한계가 있다. 고창과 같이 평평한 부분인 논과 들은 비옥하고 강과 하천들은 그곳을 휘어 감아나가면서 물을 공급한다. 

마을의 이야기는 씨족 공동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런 공동체라기보다는 경제적인 기준으로 모여서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소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가치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있다. 땅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마을에 붙박이로 사는 자들의 유일한 기반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내믹 동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