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만나보는 카발레리라 루스티카나&팔리아치
현대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문화를 소비하는 편이다. 영화가 대중적인 것은 한 번 만들어진 영화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상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반면 오페라나 연극, 뮤지컬등은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횟수에도 제한이 있고 영화에 비해 관람하기 위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서울에서는 오페라나 뮤지컬을 접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대전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2023 대전문화재단 지역오페라단공연활동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카발레리라 루스티카나&팔리아치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는 모든 예술, 즉 언어예술·시각예술·음악예술이 이상적으로 혼합된 것이다. 형식은 16세기 피렌체에서 그리스 고전비극에 대한 당시의 개념과 결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페라와 비슷한 전통적인 한국의 문화공연이라면 창이나 마당극이 있을 수 있다. 창은 노래가 있지만 상당히 정적이며 마당극의 경우 오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전도 문화의 도시라고 할 만큼 많은 공연이 열리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맘마미아는 이제 매년 볼 수 있는 공연 중 하나다. 오페라의 기원은 피렌체의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 있던 카메라타(camerata)라는 단체에서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기 위해 쓰인 다프네(1598)라고 한다. 오페라의 주제를 보면 대부분 희극이 아니라 인간사의 비극 혹은 인간사의 군상을 다루고 있다.
이날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진행이 되었다. 카발레리라 루스티카나는 19세기말 시칠리아 작은 마을의 부활절에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뚜릿두, 로라, 알피오, 싼뚜짜가 사랑으로 서로 얽히고설킨 비극적인 이야기를 부활절 하루에 일어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오페라자체가 그리스의 비극에서 출발하였기에 인간사회에 일어날 수 있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군에서 제대한 뚜릿두는 옛 애인 로라가 부유한 운송업자 알피오와 결혼한 사실에 실망하여 마을처녀 싼뚜짜와 결혼을 약속하고 동거하지만 로라의 유혹에 다시 삼각관계에 놓이게 된다. 멀리 일하러 갔다가 다시 돌아온 알피오는 싼뚜자의 애원에도 뚜릿두가 로라와의 관계를 유지하자 알피오에게 그 사실을 알려버린다. 결국 알피오는 분노하며 뚜릿두를 무시하자 뚜릿두는 분을 참지 못하고 결투를 신청했다가 알피오의 칼에 숨을 거두게 된다.
오페라는 뮤지컬을 닮아가는 느낌이다. 예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음악이 가미가 되는 현대극의 느낌으로 나아가고 있다. 2부의 팔리아치는 19세기 중반 칼리브리아의 성모 대축일에 타데오가 오페라의 이야기를 실화를 기초로 하였다며 설명하며 막이 오르게 된다. 넷다를 사랑하는 마을청년 실비오와 넷다를 사랑하는 카니오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카니오와 넷다는 같이 공연을 하고 있지만 극중의 내용과 현실의 내용이 비슷하다. 공연속에서 카니오는 넷다에게 연인의 이름을 말하라고 협박하고 현실과 연극이 구분이 안 가던 카니오는 넷다를 칼로 찌르고 이를 구하려던 실비오 역시 칼에 질리고 만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현실이 때론 비극이 되기도 한다. 대전오페라단이 제35회 정기공연으로 개막한 이 작품은 베리즈모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내면의 실제와 타락한 현실 그리고 엉킨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현시릉 객관적인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 고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자신이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얼마든지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