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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8. 2023

계곡 나들이

무흘구곡전시관의 무흘구곡과 1곡 3사 58경

아이와 같은 마음이라는 동심은 나이가 어린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잊지 않은 동심으로 글을 쓴다면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한다. 세속에 물들고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의 세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순수한 말의 표현이 없다. 자연을 친구 삼아 살아가고 그곳에서 시를 짓고 글을 쓰면서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 돈과 권력을 탐하지 않았지만 책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사람들이다. 

무흘구곡에 오면 무흘구곡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무흘구곡과 포천구곡은 연결이 되어 있는데 포천구곡은 조선시대 학자 이원조가 성리학적 수양론인 주경을 근본으로 공부하면서 당대의 현실적 상황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응하는 학자였다고 한다. 그는 가야산 기슭 포천의 상류에 마누기정을 세우고 포천의 명승에 포천구곡을 설정하였다고 한다. 

무흘구곡을 대표하는 사찰로 청암사가 있다. 신라 헌강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하여 조선시대에 중창하였으며 인현왕후가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증산면 사무소 자리는 옛 쌍계사 절터다. 도선국사가 창건하였지만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 

한강은 많은 서책을 보유했던 학자다. 한강은 퇴계와 남명의 제자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남다른 책 사람으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무흘정사를 세운 후로 장서각에 수천 권의 책을 소장하였다고 한다. 

무흘구곡의 제7곡 만월담과 제8곡 와룡암 사이에 터를 잡아 무흘정사를 지었다고 한다. 주자가 무이정사를 짓고 무이구곡을 경영했듯이 무흘정사를 짓고 구곡을 경영하였다고 한다. 한강이 세상을 떠난 후 무흘정사는 위치를 옮겨 36간의 무흘정사와 3동의 장서각으로 규모가 커지기도 했다고 한다. 


무흘구곡은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조선시대 영남의 독서문화와 강학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었다. 물이 흘러가는 구곡을 중심으로 도교, 유교, 불교가 함께 공존하면서 상생하였다. 회연서원과 무흘정사 중심의 유교문화, 쌍계사, 청암사, 수도암을 중심으로 한 불교문화, 입암을 문주로 삼아 이상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도교문화다. 

한 가지 생각으로 집착하게 만드는 것은 그만큼 다른 생각을 배척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생각을 배척하게 만드는 이유는 어떤 종교나 생각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 수월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려말에 전파된 주자 성리학에는 우주론이나 존재론, 인식론, 수양론까지 다양한 생각을 담았다. 구곡문화지구에는 문경 선유동구곡, 안동 도산구곡, 괴산 화양구곡, 화천 곡운구곡, 김천과 성주의 무흘구곡이 포함되어 있다. 

자연과 함께 힐링하며 역사기행을 하면서 쉴 수 있는 곳이 김천에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괴석(奇巖怪石)이 어우러져 수려한 산세를 보여주며 시작이 되는 구곡을 상상해 본다. 

봉비암에서 시작되는 무흘구곡(武屹九曲)은 대가천의 맑은 물이 흘러내려가면서 기암괴석, 수목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봉비암은 봉비연(鳳飛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봉비연은 기생 봉비가 춤을 추다가 실족해 빠져 죽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뒤에 이 연못은 회연(檜淵)으로 그 이름이 바뀌고 회연 위의 바위를 봉비암이라 부르고 있다. 

잠시 구곡의 한 곳을 방문해 본다. 청정 계곡 사이를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가 청량함을 더해주는 곳이다. 물줄기가 바위마다 부딪쳐 계곡을 만들고, 화강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볼 수가 있다. 

참으로 쉽지가 않은 것이 평범함과 함께 비범함이 담긴 글이다. 앞에 물이 흘러가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읽히지만 담긴 물에서 새로운 관점을 보게 해주는 그런 글이다. 진리란 절대적이지도 않고 고정불변하지도 않기 때문에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어떤 경우에는 옳고 어떤 경우에는 그르다. 이곳에서 흐르는 물은 맑지만 어떤 곳에서는 탁해져서 사용할 곳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생각을 상황에 맞춰서 그렇게 유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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