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되던 시기의 대전 근대문화 탐방을 하다.
어린 학창 시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나 열역학 2법칙의 엔트로피 개념 같은 것은 아예 들어본 적이 없었을 때 대전에 왔었다. 그때쯤 개봉했던 영화가 있는데 백 투 더 퓨처라는 영화였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과거나 미래로 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천진난만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서 2023년에 이르렀다. 과거의 흔적들이 문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에서 지금은 과거의 흔적이 문화가 되어 소비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대전 근대문화 탐방의 시작은 어디에서 해도 좋지만 일반적으로 목척교에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목척교를 중심으로 오래전에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라는 건물이 자리한 적이 있었다. 모든 젊은이들의 만남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남을 했다.
대전천은 대전에서 큰 하천은 아니지만 대전의 원도심을 흘러가는 중요하천 중 하나다. 오랜 시간 원도심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가 이곳은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것이 바뀌어가고 있다.
대전의 중심도로였던 만큼 1960년 4월 19일의 혁명의 진원지는 바로 이곳이었다. 학생 수천 명이 독재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해 데모한 대전 혁명의 성지이기도 하다.
대전의 근대문화유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사라져 버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표현의 의미는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내 시간은 지금 여기, 내가 있는 이곳에 흐르고 있다. 비록 영화에서는 미래에도 갔다가 과거에도 가지만 우리는 지금 이 시점을 살고 있다.
대전의 근대문화유산은 지금 대부분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되고 있다. 대전갤러리로 사용하는 건물 역시 근대문화유산이다. 목척교 탐방로에서 시작해서 조선식산은행으로 사용됐던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이나 대전여중 강당 등 일제강점기 건축물부터 1960년대 국내 모더니즘 성당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대흥동성당에 이르게 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중앙시장과 스카이로드, 성심당 등 대전 원도심의 대표적 명소들을 지나게 되는데 탐방로는 붉은 벽돌 이미지의 안내선을 따라가며 역사문화자원들을 둘러볼 수 있게 설계됐다. 곳곳에 설치된 명판과 지도 등에 탐방 정보가 나와 있다.
옛 성당도 살펴보고 다시 중심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옛 충남도청을 찾아가 본다. 탐방로는 전체 5.17㎞ 구간으로,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모두 9개의 근대건축물을 만나볼 수 있는데 모두 돌아보지는 않아도 된다.
과거의 문화이지만 근대의 유산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과거의 문화는 잊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채색이 되는 것이다. 과거가 없었다면 오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영화에서도 많이 재현되는 것이기도 하다.
옛 충남도청은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유럽에 가면 오래된 건물이 보존되어 마치 도시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시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관광자원이 된다는 것은 세계의 수많은 사례를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
지역의 오래된 건축자산은 도시재생 기반을 제공하는 모티브가 되며 건축자산은 한 번 훼손되거나 철거되면 원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나의 건물 혹은 몇 개의 건물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그 자체로도 문화가 된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면 무얼 할까. 그때 뭐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