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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3. 2023

타임 투 킬

법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람은 차별을 터부시 하면서도 차별을 때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 능력주의에 매몰된 채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조차 잃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법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은 판사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판단을 내린다. 기소조차 검사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그들은 과연 그런 재량을 가질 정도의 도덕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에서는 판사는 재판에 중재역할을 할 뿐 판결은 배심원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거의 40여 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타임투킬은 법에 대한 관점이나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영화다. 필자 역시 책으로 먼저 읽어봤던 존 그리샴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신참내기 정의파 변호사 제이크(매튜 매커너헤이)와 법학도 엘렌(산드라 블록)이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칼의 변호를 맡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법은 균형적이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그렇게 공정하다면 전관예우를 통해 전직 법조인들이 그 많은 돈을 벌 수가 없어야 한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작은 도시에서 백주 대낮에 흑인 소녀가 술과 마약에 찌든 백인 건달 두 명에게 무참히 살해당한다. 재판이 시작되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판치는 곳에서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법정 청소부로 일하던 소녀의 아버지 칼은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법정에 출두하는 범인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아무리 법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균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감정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에 제약을 줄 수는 있겠지만 법을 만들어가는 것은 대중의 지성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미국의 배심원제도는 한국보다 더 합당할 수가 있다. 

미국에서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당연한 의무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활동 중 알게 된 사실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와 청렴의 의무가 부여되며 법정 외부 정보를 얻는 것 역시 금지되게 된다. 한국에서 비슷하게 흉내를 내는 것이 국민참여재판이다. 

법은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이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근간으로 존재하게 된다. 법이라는 것은 지식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유용한 것이 사실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것도 사실이지만 주먹을 순간적으로 회피할 수 있다면 법은 훨씬 강한 제약을 상대방에게 가할 수 있는 무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법을 통해 사회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지는 깊숙이 고려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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