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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2. 202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의 유물이 출토된 남하리 사지

비를 맞기도 하고 질퍽한 흙에 빠지기도 하고 길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돌아갈까를 여러 번 생각하다가 드디어 이곳을 찾을 수 있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이 생각보다 적지가 않다.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런데 알면 알수록 보이는 것이 더 많고 생각보다 더 답답할 때가 있다. 역사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니 많은 것을 보았다. 

이정표에는 분명히 증평 남하리 사지, 증평남하리 사지 3층 석탑, 증평 남하리 사지 마애불상이라는 있었는데 이곳에 들어오면서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겨울이라면 나무들과 식물이 없어서 찾기가 용이하지만 여름에는 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가 어딘가 비는 내렸다가 내리지 않았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꿉꿉한 날에는 카메라 렌즈가 말썽이다. 

찾으려던 석탑은 보이지 않고 증평에 자리한 초계주씨 주명흠 묘소가 보인다. 1624년 이괄의 난으로 인조가 공주로 피난을 갈 때 어가를 호위하여 정난공신이 되었다고 한다. 임금의 특명으로 공주판관을 지냈다고 한다. 

위로 하마석과 문인석, 묘비가 얼핏 보이는데 수풀이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 8월에 후손들이 이곳에 벌초를 하면 좀 보일까. 

다시 찾아서 올라가 본다. 조사기관인 (재)미래문화재연구원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남하리 사지 일대 시굴조사에서 적석 유구(積石遺構)와 구상유구(溝狀遺構) 등을 확인한 것이 2020년이고 앞서 1993~1994년 충청전문대박물관이 진행한 시굴조사에서는 건물지를 확인하고 막새기와·철화백자 편 등을 발굴했다고 한다. 

드디어 무언가 보이기 시작한다. 

증평의 남하리 사지는 지표조사 결과 삼국시대까지 소급할 수 있는 당초문암막새를 비롯해 조선 후기 철화백자 편 등이 나와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이어져 온 사찰로 추정하고 있다. 

남하리 사지는 2018년 충북도 기념물 167호로 지정되었는데 이곳에는 삼층석탑(도 유형문화재 141호)과 마애불상군(도 유형문화재 197호) 등 도 지정문화재 2점도 있다.

전각의 안쪽에 거대한 바위에다가 불상을 새겨두었다. 불상이 여러 개가 있어서 불상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남하리 사지 마애불상군은 커다란 자연 암반으로 이뤄진 석실형태로 바위면 3곳에 5구의 불상이 새겨져 있다. 편편한 암벽면의 중앙에 본존입상을 조각하고 그 좌우에 양협시보살상이 배치되었으며 본존상의 모습은 두 눈은 지그시 감아 옆으로 길게 치켜떴으며 입은 미소를 띠고 있다.

어쨌든 이날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허탕을 치지는 않았다. 이곳의 지형을 보니 사찰이 그렇게 작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초정리에서 개발한 세계 3대 광천수인 천연 약수와 남하리에서 나오고 있는 탄산 약수도 이곳과 연결이 되어 있다. 왠지 시원한 초정 약수가 한잔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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