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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3. 2023

구봉 송익필

시대를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유교 역사상 최고의 도인 

寂寞靑樓女 : 막막한 푸른 누각의 여인

單居白雲端 : 홀로 흰 구름 끝에 머무네.

玉齒未曾啓 : 백옥 같은 이를 드러낸 적도 없었고

芳春無所歡 : 꽃다운 봄에도 기뻐할 것이 없었네.

有節何人識 : 절개가 있어도 누가 알아주며

無心片心丹 : 무심히 란 조각 붉은 마음 간직하네.

重重翠雲屛 : 겹겹이 둘러싼 비췻빛 구름 병풍

不許他人觀 : 남이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네.

却笑秦家女 : 문득 진나라 여인들을 비웃으며

輕身乘彩鸞 : 몸을 가벼이 하여 아름다운 수레를 타네


次謫仙韻(차적선운) - 구봉 송익필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부모가 선택하는 삶에서 벗어나는 것도 무척이나 어렵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나아가지 못하면 그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을 가지고 평가하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력을 하고도 알려진 것이 없이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학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던 구봉 송익필이라는 사람은 당진에 묘소가 있다. 그 묘소의 앞에는 그를 주향으로 하는 입한재라는 사당이 있다. 

사람에게 애절한 사연이 있을 때 그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그런 스토리를 사기에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흙수저 출신이지만 온갖 고급 외제차를 자랑하고 부를 자랑하면서 사람을 속이고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말에 혹하는 무지한 사람들도 있다.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인생의 의미를 찾아주지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이곳은 충남 당진시 원당동 147에 자리한 조선 최고의 도인이라는 구봉 송익필의 묘와 사당인 입한재가 있는 곳이다. 그 아래에는 송익필에 대한 설명과 송익필이 썼다는 글씨가 있다. 

구봉 송익필은 뛰어난 문장가이며 유학에도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서얼이라는 출신으로 인해 관직에 나갈 수도 없었다. 신흠이라는 사람은 그를 일컬어 천품이 매우 높고 문장 또한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낯선 사람이다. 율곡 이익, 우계 성혼, 송강 정철에게 그 학식을 높이 인정받았으며 논산의 돈암서원에 배향되어 있는 사계 김장생의 스승이었다. 그의 출신성분과 그의 아버지인 송사련은 안당가를 무고한 신사무옥으로 인해 영원히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당진시 송산면 매곡리 숨은 골의 은거지에서 숨어 살다 시피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때 그의 나이가 66세였다고 한다. 그는 예학의 종사라고 일컬어질 만큼 수준에 이르렀고 이어 사계 김장생에게 이어진 다음 아들 김집 그리고 김장생과 김집을 흠모하던 우암 송시열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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