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그릇만 판매하는 공주의 곰탕집
먹는 방송이나 콘텐츠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본질적인 맛보다는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거나 과도하게 오버하는 방송들이 훨씬 많다. 한 가지 음식을 먹을 때 와~ 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담백하면서도 본질의 맛을 살리고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을 추구하지만 더 많이 먹고 소비하라고 암묵적으로 권장하는 느낌이다. 역사, 사회, 문화에 걸쳐 보다 탄탄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음식문화도 제대로 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맛집의 기준은 가능한 체인점이 없어야 하며 무한리필집, 24시간 식사가 가능한 곳, 유명인이 맛있다고 한 곳, 너무 큰 대형음식점은 제외하고 나서 바라본다. 한 가지 음식을 손님에게 잘 내어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에 몇 그릇만 판다는 주인장의 마인드 역시 동의한다. 사람도 쉬어야 하고 그 시간에 식자재도 준비하고 자신의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결국 맛으로 이어진다.
이 음식점은 하루에 몇 시간도 안 하지만 곰탕 20그릇만 팔기로 알려진 곳이다. 방송에서도 나왔는데 맛의 본질을 찾아가는 방송이어서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가지고 있다. 반찬은 김치와 무김치, 젓갈이 나온다. 간이 세지도 않고 적당하다. 약간 밍숭 하다면 소금을 넣어서 간을 맞추면 된다.
파는 곰탕 위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로 넣어서 먹을 수 있도록 정갈하게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푹 고아서 국물을 낸다는 뜻의 곰탕은 소의 내장과 뼈, 고기 등을 넣고 오래 끓여서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음식점은 나주 곰탕과 비슷하지만 고기는 더 잘게 찢어서 먹기에 부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국물은 마치 한방탕과 비슷하게 나오지만 약재의 냄새가 강하지는 않다. 고기는 아래에 깔려 있는데 양은 적은 편은 아니다. 음식기행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미리 연락하지 않고 가서 그냥 조용하게 먹고 돈을 내고 가면 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음식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세팅한 사진 같은 것은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나온 파를 모두 넣어보았다. 등산용어로 흔하게 쓰이는 ‘곰탕’은 ‘사골국물처럼 뽀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의미의 은어라고 하지만 제대로 우려낸 곰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먹는 것에 만족감을 준다.
보통은 소의 사골과 머리 따위의 잡뼈를 이용해 하루 이상 푹 고아서 국물이 뽀얗고 국물 맛이 더 좋으면 설렁탕, 고기로 육수를 내어 국물이 맑은 빛이며 끓이는 시간이 짧고 고기 건더기가 더 많은 쪽은 곰탕이라고 한다.
곰탕의 국물을 우려내려 많은 시간이 기다리는 것처럼 삶 속에서도 때론 인내로 살아갈 때가 있다. 언젠가는 진득하게 우려진 국물은 만족감을 주기 마련이다. 점점 팍팍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따뜻한 곰탕을 한 그릇 하면서 한 끼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