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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5. 2023

걷는 존재

남한강과 섬강의 합수머리 흥원창의 여정길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걷는 것에 소홀히 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조금만 걸어도 되는 거리를 차를 타던가 택시를 이용하는데 그러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를 못하게 된다. 요즘에는 걷기만을 해도 포인트나 약간의 캐시를 주는 앱이 있어서 걷는 재미를 약간 더해주고 있다. 걸음으로서 얻는 신체와 정신의 건강은 반가움이다. 걸음수를 세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경외와 색다른 곳을 돌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원주의 흥원창이라는 곳은 강원도 원주시 법천동에 설치되었던 조선 전기의 조창이다. 즉 관청이면서 창고였던 곳이다. 소양강창, 가흥창과 함께 좌수참에 소속되어 인근 고을의 세곡을 운송하였던 곳이라고 한다.  

좌수참에는 51척의 참선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고려시대의 흥원창을 계승하여 운영하였다고 한다. 원주, 평창, 영월, 정선, 횡성 등 강원도 영서지방 남부 5개 고을의 세곡과 강릉, 삼척, 울진, 평해 등 영동지방 남부 4개 고을의 세곡을 수납, 보관하였다가 일정한 기일 안에 서울에 있는 조창인 경창으로 운송하였다고 한다.  

세곡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큰 강이 흐르는 곳이 입지가 적당하다. 이 운송항로는 한강의 수로를 따라 서울의 용산강ㄹ변에 이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옛 흥원창으로 사용되었던 곳에는 흥원창쉼터가 조성이 되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원주역사문화순례길이 조성이 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중요한 입지였던 이곳은 조선 후시에 관선조운이 쇠퇴하고 사선업자에 의한 임운(운임을 받고 운반하던 제도)이 널리 퍼지면서 관할 각고을의 세곡도 임운 됨으로써 이름만이 남아 있다. 

모든 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자연스럽게 이완하며, 천천히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이나 코로 내쉬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걷는 존재로 태어났다. 걷는 것을 멀리 하다 보면 익숙하지 않게 된다. 걷는 방법을 읽어버리는 것 혹은 책을 읽는 것을 읽어버리게 되면 몸과 정신을 사용하는 설명서를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것과 비슷하다.  

섬강과 한강이 합쳐지는 합수머리여서 그런지 물의 양이 상당히 많은 곳이다. 마치 호수처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합수머리란 두 갈래 이상의 물줄기가 한데 모이는 지점을 의미한다. 


마을 이름자체도 흥원창이라고 되어 있다. 이곳에서 적지 않은 세곡이 있었을 때는 다른 분위기의 마을이 아니었을까. 

강변과 습지 숲길에는 풍요로운 자연만큼이나 짙은 삶과 문화의 향기가 이곳에 있었다. 걷기의 종점은 아니었지만 쉼을 통해 삶을 모색하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걷는 존재로서 걷다가 보니 가지 끝에 옹기종기 모여 핀 아기자기한 꽃모습이 마치 강아지 꼬리처럼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어쨌든 간에 시간은 지나간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다면 조금은 세련되게 혹은 마음 편하게 잃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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