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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7. 2023

근대의 공간

청주의 근대역사를 품은 거리에 시선을 두다. 

청주의 도시적 서사는 무엇일까. 청주는 가까운 지역에 자리한 도시인 대전보다 더 많은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894년 갑오경장 이후 신분제도가 폐지되면서 근대 학교교육이 활발해졌다. 청주라는 도시를 말할 때 따라오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고려 광종 13년(962)에 만들어진 이 철당간은 천 년 세월을 청주사람들과 함께한 유물이 있는 도시이며 철 기둥에 돋을새김으로 새겨진 명문은 당시 청주의 학문적 수준은 물론 기술 역량까지 증명해주고 있다. 

날이 흐렸다가 맑은 시간을 반복하는 날에 청주의 근대역사가 있는 공간을 찾았다. 청주는 조선시대에 왕들과 다양한 인연을 맺어왔다. 

안질과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세종(1444년)은 치료 차 그해 봄과 가을 초정에 머물면서 행차로 불편을 겪는 백성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청주향교에 책 9권을 하사했다. 세조가 1464년 속리산 가는 길에 청주향교에 들러 친히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청주역은 충북선 영업 초기에는 현재의 청주시청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청주시의 중심 역으로 이용객이 많은 역이었다. 이후 1968년 청주시 내의 곡선 노선이 개선되어 북쪽으로 약 2km 정도 떨어진 우암동에 있는 구 청주문화방송 자리로 역을 이전했다.

청주역이 이곳에 있었을 때 수많은 사람이 오가던 곳이었다. 청주역은 조치원을 거쳐 외지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상가와 창고 공장의 물류중심이었으며 충북선을 이용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던 곳이다. 

검정 교복은 근대화 시대에  많은 것을 상징했었는데 청주역에는 매일 통학하던 검은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일명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철길은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었다. 도시의 매력을 만들기 위한 한 요건은 어떤 건물을 짓느냐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1920년 3월 조선철도 주식회사가 질 좋은 쌀이 생산되는 충북 지역의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기존 부강 청주 노선을 조치원-청주 노선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근대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이곳 도시재생허브센터는 지역재생 사회적 협동조합은 쇠퇴된 중앙동의 도시재생을 위하여 10여 년 이상, 중앙동을 매력적이고 활성화된 공간으로 만들고자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청주향교는 유교를 교육이념으로 제사와 교육을 담당하면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지방교육기관으로 전성기를 누리다가 조선 후기 지방사립학교인 서원이 세워지면서 향교의 교육기능은 위축됐고, 일제강점기에 근대학교가 건립되면서 인재양성 교육기능도 쇠퇴했다.

교육의 도시였으며 많은 학생들이 통학을 하기 위해 청주역을 찾았다. 근대역사의 한 공간이기도 한 이곳을 가장 많이 이용했던 사람들은 학생들이었다. 

청주역을 중심으로 이 부근은 모두 오래전에 상권의 중심지로 활용이 되던 곳이었다. 날줄과 씨줄을 엮듯 청년들을 하나로 묶어낸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 도시에 묻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안으로 들어오니 몇 개의 삽화를 작품처럼 걸어두었다. 도시재생을 위한 공간이자 주민들의 사랑방 혹은 이곳이 도시재생 허브라는 것을 알고 찾아온 사람들이 잠시 쉴 수 있다. 

얼마 전 청주의 궁평 지하차도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분들의 시민 분향소가 이곳에 차려져 있었다. 

청주의 수암골은 도심 속에 만들어져 있는 드라마길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촬영된 다양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 낮에는 무척 덥기는 하지만 때론 초록 선이 빗살처럼 가득한 숲은 짙은 초록이 마음을 씻어주기도 한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그린 영화다. 도시는 계속 바뀌고 진화해 나간다. 오래된 근대의 역사는 유산으로 남아 우리의 곁에 있게 된다. 

사람은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생각도 달라지게 된다. 오늘날 예술을 만나는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우리는 자유롭게 예술을 창작하고, 감상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별한 존재를 위한 수단에서 모두를 위한 예술로 변화하는 과정의 끝에 우리도 함께 걸어간다. 

청주의 근대역사를 만나보고 벌써 십수 년이 지난 드라마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청주의 시간을 품은 길에 시선을 두고 걸어보았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속에 주인공은 철저히 이방인의 삶을 살았지만 그 속으로 스며들면 다른 이야기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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