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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8. 2023

존재의 이유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에서 명상하며 사색하기

언제 읽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라는 책을 반쯤 읽었는데 느껴지는 그의 생각은 불교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존재는 태어나고 어떤 존재는 사라져 간다. 불교에서도 삶의 순간은 찰나라고 말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곳곳을 다니면서 그곳에서 들었던 생각과 스토아학파로서 배웠던 것을 연결시켰다. 아주 오래전에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거리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는 로마와 인도는 닮아 있다. 

지금은 탁 트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경상북도 봉화군 북지리에는 신라시대에 한철이라는 대사찰이 있었다고 한다. 대사찰을 중심으로 부근에 27개의 사찰이 있어서 500여 명의 승려들이 수도하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영주, 봉화 일대 불상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신라 불교조각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라는 사람은 지금의 관점으로 보아도 상당히 많은 것을 깨달았던 사람이다. 어떤 사색을 하면서 존재의 이유를 찾았던 것일까. 

사찰은 공간이 너무나 넉넉해서 고요하기만 하다. 우리는 보이고 단단해진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 보이지 않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바위에 불상을 새긴 것은 그만큼 자연 속에 부처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절’이라는 말은 큰 절이라는 우리말이며, 이곳에 ‘한절마’라는 마을 이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 사찰은 상당한 규모를 갖춘 큰 사찰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멀리 북지리 마애여래좌상이 보인다. 1947년 6월 수월암 부지정지 중 발견되었다고 하는 이 불상(국보 제201호)은 자연석에 도들새김한 것으로 신체 표현의 부드러운 표현 등으로 미루어 7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명 사찰들이 모두 산중에 깊숙이 위치하는 것과는 달리 지림사는 봉화에서 부석사로 향하는 길목에 나앉아 있어 비교적 접근성도 용이해서 좋은 곳이다. 

양쪽 귀는 어깨 위까지 길게 늘어져 있어, 양 눈썹과 눈, 코, 입술 등에 다소 마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에 자비가 넘쳐흐르는 모습이 특징이며 앉은키만으로도 4m가 넘는 대형 마애불이다. 원래는 자연암벽을 파서 불상이 들어앉을 거대한 방 모양의 감실(龕室)을 만들고, 그 안에 높이 4.3m의 마애불을 1.7m 이상 매우 도드라진 양각으로 거의 조각상에 가깝도록 새겼다. 불상 뒤편의 광배(光背)는 머리광배와 몸광배로 구분하여, 곳곳에 작은 부처를 표현하였고, 머리광배의 중심에는 정교한 연꽃무늬까지 새기고 있다. 깨지고 닳아버린 세월의 흔적이 역력해 감실의 석벽은 무너졌고, 뒷부분인 광배도 깨어졌지만 그 위엄은 사라지지 않았다. 

명상록에서 그는 현재 속에 있는 것들을 본 사람은 만물, 곧 무한한 과거에 있었던 모든 것, 무한히 존재하게 될 모든 것을 본 것이라고 했다. 삶과 죽음은 끊임없이 교차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많은 믜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존재의 이유는 그냥 이 순간을 살고 있을 뿐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우리나라의 마애불 수는 모두 195점으로, 이 가운데 국보가 7점, 보물이 33점이며, 나머지는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봉화군의 북지리 마애여래좌상은 국보로 지정이 되어 있으니 소수의 가치 있는 마애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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