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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8. 2023

두 발로 가는 삶

강원도 영월의 명품 외씨버선길로 사뿐사뿐

이 세상에는 서로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예부터 잘 알고 있었던 것들의 흔적으로 이어진다. 김삿갓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과 다를 것이 있겠는가. 두 발로 가는 삶은 똑같았고 방황을 했던 그의 흔적을 찾아가다 보면 영월이라는 곳의 김삿갓면에 이르게 된다. 지역의 이름이 한 인물의 이름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물론 그는 자신의 이름이 남겨질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원도 영월군에는 외씨버선길 12코스가 있는데 이른바 김삿갓 문학길이다. 김삿갓면사무소에서 시작해서 영월 아트 앤 캠핑장, 나조스트캠프 캠핑장, 히어리캠핑장,  김삿갓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숙박업소를 따라 걸으면 김삿갓계곡에 이른다. 그곳에서 더 나아가면 난고 김삿갓 문학관과 김삿갓계곡 캠핑장이 있는 광장에 이르게 된다. 12.7km에 이르는 구간이며 길이다. 

변화 없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행복은 사람마다 느끼는 감도가 다르며 동일하지도 않다. 그리고 순식간에 찾아왔다가 사라져 버린다. 마치 따뜻해진 온도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눈이나 솜사탕처럼 말이다. 

김삿갓(1807~1863)의 본명은 병연(炳淵)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모든 것을 눈감고 위정자처럼 살았으면 되었을 삶을 포기하며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는 문학인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김삿갓과 홍련의 이야기 정담이 있다. "다락 위에서 만나 보니 눈이 아름답도다.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 것만 같구나, 꽃은 말이 없어도 꿀을 많이 간직하는 법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을 찾아들 수 있다오."

세상은 변하는 것 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모든 사람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냥 앞서서 산 사람이 있고 뒤에 살 사람이 있다. 사람의 내면에는 자신만의 샘이 있다. 샘에서 어떤 물을 길어 올릴지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고 그냥 되는대로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두발을 사용해서 삶을 영위했던 김삿갓은 누구보다 예민한 감성을 지니고 있고 수많은 독서를 했던 먹물이면서 처절하게 전국의 길바닥을 훑고 다녔다. 

김삿갓은 오늘날 국악과 힙합이 만난 현대 마당극으로 재현되기도 했다. 이른바 라임의 왕 김삿갓이다.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적 인물인 '김삿갓'의 이야기와 그의 한시(漢詩)를 현대 감각으로 재치 있고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에는 그의 문학이 스며들어 있다. 

김삿갓의 풍류를 즐기는 제12길에는 김삿갓이 쓰고 다녔던 삿갓이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다. 외씨버선이라는 말은 볼이 좁아 모양이 갸름한 버선을 의미한다. 지금이야 버선을 상시 신고 다니는 사람은 없지만 때론 수면양발처럼 신고 잠을 자기도 한다. 당시의 버선은 신분에 따라 재질을 다르게 하여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은 비단의 종류인 능(綾), 라(羅)등으로 신분에 따라 신기도 했다. 

사과가 익어가기 시작하고 있다. 작년에도 익었는데 올해도 역시 익어가고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물을 마시고 해를 쬐면서 사과가 커지고 있다. 길은 때론 감동으로 마침표를 찍어주기도 한다. 풍류를 즐겼던 김삿갓처럼 미래의 일도 분명히 과거의 일과 동일한 형태로 일어나게 될 것을 느끼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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