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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9. 2023

통영 가을에 취하다.

유치환, 박경리가 아침을 맞이했던 통영의 어느 날 

이른 아침 새하얀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할 때 통영의 바다로 나오면 비릿한 내음이 흘러 다닌다. 바다를 생업의 공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고 여행객들이 아직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어서 통영 사람들만 보인다. 뱃사람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지만 거친 바닷바다람을 술로 달래기도 했다. 통영에는 홍등가가 있던 야마골이 1990년대 후반까지 있었다. 그 부근에 서피랑은 달동네였다가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작품을 만들면서 바뀌어갔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 해양수산학교가 처음 출발한 시기는 1917년 3월 15일이다. 경상남도 수산전습소가 바로 이곳에서 출발하였다. 100년의 바다라고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한참 후인 1678년 통제영 방어를 위한 통영성을 쌓게 된다. 동서남북 4대 문과 동서 2암루, 3포로, 3 연못, 9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서쪽으로는 서피랑과 서포루, 동쪽으로는 동포루, 북쪽에는 북포루가 통제영 본부 세병관을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바다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요즘에도 하루의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배를 대고 있다. 이른 아침에 배를 대기 위해서는 밤새조업을 하고 들어왔을 것이다. 저 건너편에는 명정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명정은 출령사 아래쪽에 있는 정담새미(샘)로 2개의 우물로 일정과 월정으로 그 이름의 일과 월을 합해 명정이라고 불렀다. 

바다를 보며 다양한 관점과 작품활동을 했던 박경리는 명정골이라는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매일 샘터에 물을 긷는 처녀가 있었던 그곳은 바다와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던 곳이다. 아침의 통영바다는 고요하지만 분주하기만 했다. 

내륙 도시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의 아침도 낯설지는 않다. 이른 아침에 이곳에 나오면 비릿한 생선냄새가 코끝에서 떠나지 않는다. 

배에서 가져온 수많은 멸치들이 이곳에 놓이게 된다. 고바멸치, 가이리고바 멸치등 통영만의 특산물이다. 멸치는 작은 지리, 가이리, 고바, 고주바, 주바다시등으로 크기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 일본과 같은 곳에서 유명한 멸치덮밥에 사용되는 지리는 볶음에 사용이 되고 크기가 커질수록 조림 혹은 상당히 큰 멸치는 다시, 국물용으로도 사용이 된다.  

1803년 김려가 지은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는 멸치를 멸아( 兒), 말자어(末子魚)로도 기록한 멸치는 올리자마자 죽는다며 떼죽음 당한다는 의미로 멸(滅) 자까지 붙였다. 전 세계 인류 중 30% 정도가 멸치를 먹는다. 특히 국물을 내고 꺼내 버린 마른 멸치나 김치, 장아찌 등에 든 멸치액젓처럼 보이지 않는 데도 쓰인다. 어떤 음식을 하든지 간에 바다와 떼기가 어렵다. 단순히 회나 제철생선을 먹는 것만이 바다와 연결된다는 것은 1차원적인 생각이다. 

배마다 끊임없이 잡아온 멸치를 쏟아내고 지게차로 연신 실어 나르며 채워놓고 있다. 어업인들이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행한 어로 활동이 나라에 식량을 제공하고 문화를 발달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수산업은 1950년대 한국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 처했을 때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 산업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산업이기도 하다. 

통영의 바다를 둘러보고 가는 길에 잠시 청마유치환을 담아둔 청마문학관을 들려보았다. 청마문학관은 지난 7월 15일부터 시설등의 개선을 위해 임시 휴관을 하고 있었다. 청마 유치환은 의도적인 기교를 몹시 싫어한 시인이었다. 자연스러운 시어로 인생을 표현하고 허무와 절망의 극복을 치열하게 추구하면서 살았던 사람이다. 

같은 통영바다를 보며 백석은 짝사랑을 이야기했고 박경리는 사람의 본성을 말했으며 유치환은 준열한 삶의 의지를 보았다. 청마 유치환의 대표적인 시인 깃발의 첫 소절은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깃발은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 사용이 된다. 우리는 언제나 상황이 끝난 후에 했어야 되는 것이나 하지 않았어야 되는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지금 어떤 깃발을 올려서 소통하고 싶어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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