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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30. 2023

슴슴한 여행의 맛

평양냉면 같은 청주 저곡리마을과 비중리를 걸어보는 길

스포츠도 조용하면서도 여유롭게 하는 스포츠가 있고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격렬하고 빠르게 하는 스포츠도 있다. 사람과의 모임에서도 소수가 모여서 싶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것이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며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가 있다. 이번 청주의 여행은 번화한 곳이 아닌 슴슴한 농촌의 모습을 따라 떠나보기로 했다. 

청주에도 규모가 큰 육거리시장과 같은 곳에서는 서민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다양한 스타일의 맛집들이 있어서 그곳을 찾아다니던가 분위기 좋은 카페도 적지가 않아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청주에는 면요리로 유명한 집들도 있는데 그곳에서 한 냉면집을 찾았다. 슴슴한 맛이지만 한 번 그 맛을 알면 다시 찾게 되는 것이 매력이다. 

반찬은 별 것이 없지만 투박하면서도 슴슴하고 시원한 맛이 평양냉면의 매력이다. 실향민들이 먹었던 그런 음식이 흥남집으로 보통 계란만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고기까지 몇 점이 얹어져서 나온다. 그윽한 시골풍경을 보기에 좋은 맛이다. 

식사를 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저곡리라는 곳은 이름의 한자처럼 닥나무가 자생하여 닥골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조선 단종 때(1455) 청은 선생이 고배로 은둔하였다가 이곳으로 옮겨 정착한 것이 저곡리가 이루어진 시초라고 한다. 

저곡리에는 청은 선생이 심은 나무가 지금도 남아 있는데 보호수로 지정된 회화나무라고 한다. 저곡리를 품고 있는 산은 구녀산으로 구녀산에는 구녀성이 남아 있는데 축성시기는 신라시대로 추정하며 삼국시대에 신라와 백제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곡리에는 정미소카페가 잘 알려져 있다. 초정문화공원도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찾아간 날은 조용하지만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일상을 보여주는 조형물과 나지막한 초가지붕이 정겨웠다. 

마을의 중심에는 정미소 카페가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각종 농기계부터 80, 90년대 타자기와 나무 난로까지 있는 정미소 카페는 200여 년 전, 당초 쌀을 찧는 정미소에서 새마을회관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카페가 되었다. 

청주 정미소카페는 마을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새마을 작은 도서관, 작은 역사관, 새마을문고, 새마을 부녀회 새마을 청소년회등이 이곳에 있었다. 새마을이라는 표현은 오래간만에 본다. 마을이 새로워진다는 의미의 새마을은 1970년대를 관통하기도 했었다. 

청주의 저곡리와 비슷한 느낌으로 구미리라는 곳도 있다. 하나의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곳이라고 할까.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면서 올해 구미리도 많은 변화가 있다. 

청주지역에서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에 선정된 곳은 구미리를 포함해 2015년 내수읍 저곡리, 2019년 상당구 가덕면 삼항 2리, 2020년 문의면 두모 1리, 2023년 마동 1리 등 총 5곳이다.

저곡리에서 조금 청주 쪽으로 가까이 가면 비중리라는 곳이 있다. 비중리에는 삼세충효문을 비롯하여 비중문화마을 다목적공원도 조성이 되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석조여래삼존상이다.  

고목들로 둘러싸인 곳에 있는 이곳에는 청주 비중리 석조 여래 삼존상 및 석조 여래 입상이 자리하고 있다. 삼국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여래는 '진리로부터 진리를 따라서 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부처의 백성을 표현하는 열 가지 이름 중 하나이다. 

석조 여래 삼존상은 가운데 여래상을 중심으로 양옆의 보살상이 하나의 광배로 둘러싸인 형태로, 지금은 가운데 여래상과 오른쪽 보살상만이 남아 있다.  

조금은 형태가 특이해 보이는 것이 바로 남아 있는 불상이 네 조각으로 조각나 있었던 것을 복원했기 때문이다. 가운데 여러 생은 얼굴과 왼편 일부부가 오른쪽 보살상은 발목 이하와 대좌 부분이 파손되었다. 

오랜 시간의 힘이 불상을 더 서민적이면서 투박하게 만든 느낌이 든다. 청주 비중리 석조 여래 삼존상과 석조 여래 입상은 현재 남아 있는 삼국 시대의 대형 석조 불상 중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자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한다. 


별도로 조성된 석조 여래 입상은 얼굴 부분이 파손되었꼬 광배와 대좌도 남아 있지 않지만 두꺼운 옷을 입어 신체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는다. 

은은하고 슴슴한 것의 매력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오래간다는 사실이다. 때론 만물을 어디서 생기고 무엇으로 구성되었으며, 무엇으로 변하고 변한 다음에는 어떤 것이 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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