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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과 비빔밥

청풍과 명월아래 기상이 담긴 쌍청당 나들이

자연을 닮은 고택과 자연을 닮은 비빔밥은 궁합이 참 괜찮아 보인다. 특히나 소박한 삶을 추구했던 선비의 삶이라면 소소한 야채가 들어간 비빔밥에도 큰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다. 음악가이면서 이론가이기도 했던 조선의 인물인 박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을 다스리는 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우면 정치가 조화롭다고 한다. 그는 고구려의 왕산악과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악성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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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의 인물이었던 박연은 충북 영동에서 살았던 사람으로 호는 난계(蘭溪)이다. 성리학은 성(聲)으로 음(音)을 알고, 음을 살펴 악(樂)을 알고, 악을 살펴 정치를 알게 되어 정치의 도리가 갖추어진다고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영동에 가서 박연과 관련된 국악박물관에서 잠깐 가야금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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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구에는 쌍청당이라는 고택이 있다. 이곳은 송유(宋愉1388∼1446)의 고택이며 어머니는 고흥유씨(高興柳氏)다. 송유는 후대에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송준길∙송시열의 선대의 인물이다. 송유보다 10살이 많았던 박연은 그와 친하여 잘 챙겨주었다고 한다. 송유는 일찍이 고향 회덕으로 돌아가 학문에 정진하기 위해 정사(精舍)를 지어 박연에게 청하였는데 세종 25년(1443)에 ‘쌍청당’이라 편액 하였다. 이에 송유는 필연(筆硏)과 금기(琴碁)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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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청 누각에서 긴 길을 굽어보니, / 雙淸小閣俯長程

명리에 달리는 사람도 많구나. / 朝暮閒看走利名

밝은 달빛은 언제나 가득하고, / 霽月滿庭非假借

맑은 바람 저절로 불어오네. / 光風拂檻豈招迎

찬 술잔에는 금물결 일고, / 冷侵酒斝金波灩

시원히 경내에 구슬 잎사귀 날리네. / 凉掃雲衢玉葉輕

이 경치 이 마음이 한결같거니, / 此景此心同意味

다시야 어느 곳에 집착할 소냐. / 更於何處役吾形


쌍청당(雙淸堂) - 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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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청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송애당을 들려본다. 음악과 관련해서 송유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지만 박연과 친했기에 예악(禮樂)을 잘 알았을 것이다. 예(禮)는 천지의 질서이고 악(樂)은 천지의 마음이므로 한 나라에 예악이 잘 갖추어져야만 백성들이 선악의 이치를 깨닫고 바른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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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청당과 멀지 않은 곳에 소박하고 작은 비빔밥집이 있다. 상당히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비비기 위해 나오는 나물들이 모두 저렴하지만 건강한 것들이다. 양푼에 각종 채소를 넣고 비빔밥을 만들어 푸짐하게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잊고 즐거운 웃음꽃은 그릇에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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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먹어본 비빔밥은 마산 진동의 미더덕을 넣은 미더덕 비빔밥, 통영의 멍게비빔밥, 진주의 육회 비빔밥, 순천의 꼬막비빔밥, 안동의 헛제삿밥, 전주비빔밥까지 모두 먹어보았다. 비빔밥은 흰쌀밥이나 보리에 갖가지 채소와 버섯 등을 조리해서 넣고 비벼 먹는 음식이기에 비타민과 미네랄등을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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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계 박연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던 이날의 여정에서 은진송 씨의 집성촌의 시작을 만든 인물 송유가 들어가 있는 쌍청당제영이라는 책에는 난계와 안평대군의 시, 세종 26년(1444)에 김수온, 세종 27년(1445)에 박팽년이 지은 쌍청당기 등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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