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것을 내던지듯이 뛰어내리는 것
자신의 강렬한 감정은 마치 뛰어내려야 하는 절실함에서 비롯이 되기도 한다. 사랑은 한 문장으로도 표현하기가 쉽지가 않기도 하지만 한 단어로도 표현될 수도 있다. 이 시대에 진정한 사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조건을 두고 그 후에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라는 생각을 할 때 모든 것을 내던지듯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에 만날 수 있는 그런 아련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떠난 이은주가 열연을 했던 번지점프를 하다는 그녀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녀는 한 남자를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여자로 그려졌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그 여름 자신의 우산 속에 갑작스레 뛰어들었던 태희의 존재로 가슴 설레어하고, 그 사람의 손이 닿은 물건이면 무엇이든 소중하게 간직하며 사랑은 무르익어 간다.
국문학과 82학번 서인우는 적극적이고 사랑스러운 여자 82학번 인태희를 만나게 된다. 80년대 학번의 이야기라니 지금 생각하면 데모를 했어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시국이 그러한데 사랑놀음이라니 역시 전쟁중에도 사랑의 꽃은 피어난다는 말은 사실인 모양이다. 비에 젖은 검은 머리,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당돌한 말투는 인우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다. 17년 후에 인우는 이제 어엿한 가장이자, 고등학교 국어교사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 영화는 대충 보면 마치 동성애를 그린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껍질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그냥 사람의 선입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때론 어떤 것은 이해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있다. 사람 마음의 파도는 예상보다 더 깊게 파고들고 더 멀리 밀려나가기도 한다. 밀려갈 때는 영영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떠나가지만 어느새 다시 앞에 와 있다. 그녀가 미안해 너무 늦게 왔지라는 말에 지금이라도 와줘서 고맙다는 말로 대신한다.
바다에는 사르가소라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바람도 파도도 없다. 동력이 없이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하는 특이한 바다다. 때로는 우리도 사르가소의 바다에 머물 때가 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가지도 못한다. 그것은 후회의 바다다. 후회하는 감정이 가득 찬 곳은 미련만 있을 뿐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 인생에서 번지점프를 하듯이 뛰어내릴 때가 온다. 그것은 발이 묶여 있는지도 모르는 저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지는 사랑의 시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