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Sep 05. 2023

일상이 꽃이다.

폐교를 활용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일상화

들뢰즈에 따르면 우리의 욕망은 새로운 타자와 마주쳐서 그것과 연결하려는 긍정적인 힘, 다시 말해 새로운 연결 관계를 만들려는 생산적인 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은 새롭게 해석되고 이해되기도 한다. 교육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요즘 전국에 가장 많은 자산은 학교였던 곳이다.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던 학교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 

보은에는 1948년 4월 산외국민학교 이식분교장으로 개설된 이곳은 1954년 이식국민학교로 승격됐다가 1992년 3월 내북국민학교 이식분교장으로 개편되고 1999년 3월 내북초등학교로 통합되면서 폐교됐다.

당신의 일상이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일상화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옛날 학교는 정남향으로 위치해 항상 해가 들어오기 때문에 꽃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50여 종의 꽃차를 만날 수 있는데 환절기에는 몸이 따뜻해지는 차, 더운 여름철에는 열을 내리는 차 위주로 품목을 골라 제공하고 있다.

불편한 것을 마땅히 감내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보다 불편한 캠핑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가 않다. 이곳에서는 개별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각종 냉난방과 개별 화장실이나 반신욕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을 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감각이 있다. 그 감각을 일깨우는 것은 온전한 자신의 몫이기도 하다. 신체의 모든 감각들이 마치 침전물처럼 가라앉아서 형성된 기억 의식은 자신의 삶이 향기, 맛, 그리고 감촉의 역량으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평소에 소중했던 것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도구들이 쓸 수 없을 때나 사물들과의 친숙한 관계가 와해되었을 때 우리는 그 사물들을 의식적으로 지향하게 된다. 

사람은 낯설고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것은 감각을 살리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람은 보통 익숙한 것에서 아무런 자극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항상 하던 행동대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을 보면 호기심을 가지고 돌아보는 편이다 

폐교가 되었던 곳이 문화공간으로 다시 만들어지고 이곳에서는 보은군의 많지 않은 미술관 역할도 할 것이라고 한다. 미술과 공예는 자주 접할수록 많은 도움이 된다.  

오래간만에 다시 옥잠화도 보게 된다. 작가 박경리가 좋아했던 옥잠화 여인은 순백이라는 말은 아마도 옥잠화를 두고 표현했을 것이다. 저런 흰빛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다. 눈도 저 빛은 만들 수 없으며 어떤 꽃도 저 같은 흰빛으론 피지 않는다. 옥잠화는 해가 지는 오후에 꽃이 피었다가 아침에 오므라드는 야행성 꽃이다.

학교였던 곳으로 들어가 본다.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 있어서 좋은 데다가 다양한 꽃차가 있어서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창가로 보이는 식물 이미지만으로도 자연의 청량한 느낌이 든다. 일상화는 전체적으로 정갈하며 자연이 살아 있어 생기 충만한 공간에서 농촌이 담겨 있다. 벽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에피소드의 삽화가 있고 계절마다 피는 옥잠화 같은 꽃이 조금만 나가도 반겨준다. 

사람에게 자유란 무엇일까. 자유는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면서 자신을 새로운 주체로 변형시킬 수 있는데서 찾아야만 한다고 한다. 능동적 창조의 과정에서 사물이나 타자와 마주침은 불가피하다. 한국전쟁 이전에 만들어진 학교가 이제는 카페이나 여행지의 역할을 하고 있듯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 내서 한 상태에서 자산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계절의 변화와 어울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밤톨 (Bamto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