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복고택에서 보내보는 서천살이의 체험
모시로 유명한 한산에서 5일장이 열릴 때면 그곳으로 나들이를 했다가 가끔은 한산향교에 들려서 옛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살고 있는 곳은 서천군의 안쪽에 자리하고 있지만 시간을 가지고 걸어가면 신성리갈대밭도 있다. 요즘에 전국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일주일에서 한 달 살기를 지원하면서 그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천에 자리한 고택에 머물렀던 이하복 선생은 나라를 살리는 길을 교육에서 찾았으며 교육으로 이끄는 길은 책과 전통문화에서 찾았다고 한다. 평소 가옥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책이 집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에 달고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책사랑이 남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절기별로 이하복 고택에서 머물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하복 고택에서 얻는 인생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을에 초가집이나 고택은 고즈넉한 매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당이 있고 심어놓은 나무에서 과일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가을꽃인 코스모스가 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아도 부족한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쳐가는 계절, 시간, 순간을 붙잡고 싶어서 기록을 할 때가 있다. 주변에 놓인 것들이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아름다울 수는 있다. 이하복 고택에는 농업과 관련한 혹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용품들이 수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살고 있는 공간과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누군가가 살았을 이 공간을 통해 일상에 새로운 시선과 기분 좋은 변화를 가져올 때가 있다.
이하복고택 전시관에는 살아생전에 사용하던 물품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데 세간은 문방용품이나 규방용품, 농사용 도구나 연장류 등으로 분류되어 이곳에 보존되어 있다. 이하복 선생 기념실, 기획전시실, 서적 전시실, 영상실, 가상현실(VR) 체험 공간 외에 학생과 관광객을 위한 분판 체험과 가마 야외 체험 공간, 특별전시전등이 열리고 있다.
이하복고택 전시관이 국립민속박물관이 주관한 2023년 다문화꾸러미 대여 운영사업에 선정돼 오는 10월까지‘곤니치와! 일본꾸러미’를 주제로 다문화 전시ㆍ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하복 고택은 조선시대 후기 중부지방 고유의 전통 가옥구조가 잘 보존된 초가집으로 증강현실(AR)로 복원된 이하복 선생의 캐릭터로부터 고택과 전시관에 대한 해설을 듣고, 보다 흥미롭게 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콘텐츠도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이하복고택을 주제로 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공간을 조성해 두었다. 청암 이하복(1911~1987) 선생은 교육사업가로,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뒤 보성전문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고향에 내려와 교육환경 향상과 농촌계몽운동을 벌였던 사람이다.
조선의 가옥중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이던 집으로 양반, 평민 가리지 않고 살던 곳이었던 초가집은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때 서양의 문물이 대거 들어와서 서양식 건축이 대세를 이루게 될 때에도 돈이 없던 당시 서민층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백일홍은 아직 지지 않았다. 백일홍이 피어 있는 곳 옆으로 작은 카페 같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흩어져 있던 여행의 경험들이 하나의 글에 가지런히 담길 때 기억에 남는 순간이 기록이 된다. 누구나 이하복 고택의 전시관처럼 자신만의 컬렉팅을 할 수가 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 속에 숨겨진 당신만의 이야기, 당신만이 알고 있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