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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3. 2023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가 만들어내는 비극

가족 간에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사고의 중심에는 독립적인 자아가 부족하던지 상대의 자아를 인정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절대적인 의존관계나 혹은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의도에 의해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의 이면에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심각한 정신적인 결함에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서 독립적인 주체가 될 때 스스로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부모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아기적인 상태에 놓이거나 자식을 자신의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려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도시로 베니스가 있다. 베니스가 이렇게 어둡게 그려진 것은 이 영화가 아닐까.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세계적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오랜 탐정 생활에서 은퇴하여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가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그에게 오랜 친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리아드네 올리버'가 찾아와 죽은 영혼을 부를 수 있다고 알려진 영험한 심령술사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작가들은 특히 추리작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잡히게 되는데 거의 플롯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아가사 크리스티 역시 그런 스타일로 소설을 쓴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나 나일 강의 죽음 그리고 올해 개봉한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까지 모든 사람이 연관이 되어 있고 모든 사람이 의심을 받다가 타당한 이유 혹은 가슴 아팠던 과거에 얽매어 살인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그 입장에서는 타당해 보인다. 

핼러윈 밤, 베니스 운하 위 위치한 고풍스러운 저택의 주인이자 1년 전 사랑하는 딸을 잃고 깊은 상실에 빠진 '로웨나 드레이크'의 초대로 교령회에 참석한 이들은 미스터리한 심령술사 '조이스 레이놀즈'가 죽은 영혼의 목소리를 전하는 광경을 보게 되고 이어 살인이 벌어지게 된다. 영화가 다채롭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고풍스러운 저택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결핍이 있다. 딸에 대한 결핍, 사랑하는 이에 대한 결핍, 성공을 향한 결핍, 과거에 대한 결핍등 모두 그것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마치 공포영화처럼 느껴지지만 그렇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설정은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면 무언가에서 안식을 찾으려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빌기도 하고 믿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화려한 도시 베니스가 안개에 의해 가려지고 기묘한 분위기 속에 그려지는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결국 사람의 생각 역시 어떤 곳에 머무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 중 어떤 곳에 머무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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