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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8. 2023

고향역

고향의 노래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익산의 황등면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난 곳을 찾아서 마치 물길을 따라 올라가는 연어처럼 그곳을 찾아간다. 자신이 뿌리가 어디인지 찾아가는 것은 모든 동물들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변신이라는 소설을 쓴 프란츠 카프카는 잃어버린 고향을 찾기 위해서 인간은 타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카를로 골도니는 고향을 한 번도 떠나본 일이 없는 사람은 편견 덩어리가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은 작은 시장이지만 이곳은 예전에 큰 5일장이었던 곳이다. 우시장도 있었기 때문에 육회로 만든 비빔밥집이 몰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설시장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황등 비빔밥은 익산의 대표적인 먹거리 중 하나다. 

좌판에서 파는 것은 주로 생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고려에서 조선 후기까지 세곡을 관장하던 성당창이 있던 곳으로 성당포(聖堂浦)가 있는데 이곳에서 30리쯤 떨어져 있다. 식사시간이 아니어서 황등비빔밥을 먹어보지는 못했는데 다음에는 육수에 토렴해 밑간으로 미리 비벼놓은 밥에 양념한 소고기 육회를 풍성하게 얹어 선짓국과 함께 먹어봐야 할 듯하다. 

황등면은 지형의 대부분이 평지여서 기름진 논과 우시장이 있어서 좋은 쌀과 소고기를 구할 수 있었으며 농수산물이 풍부하게 나는 김제와 군산이 있어 다양한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지리적 특징이 있다. 

익산은 백제인들이 고향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모든 백성들의 구원을 이루려는 간절한 염원이 반영된 백제인들의 신념의 결정체 미륵사지이기도 했다. 익산은 부여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고장이다.  

황등면의 안쪽으로 들어오면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황등도서관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도서관에서 문화, 역사, 예술 등 지역 인문가를 통해 주민들이 인문학 강연이나 탐방에 참여해 인문학을 보다 더 쉽게 배우고 접할 수 있는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의 대상지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문체부의 지원으로 주민들의 인문학 식견을 넓히고 도시와 농촌을 아우를 수 있는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논리라는 것은 생각의 근육이기도 하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으면 다양한 대화를 할 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게 된다. 술어논리학 predicate logic은 명제의 참, 거짓을 따지는 고전적인 명제논리학(혹은 문장논리학)을 기호의 사용과 더불어 프레게 등이 개척한 것이기도 하다. 책을 접했으면 가까이에 있는 황등역으로 향해본다.  

황등역은 나훈아가 처음 데뷔할 때 불렀던 고향역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해가 1972년이다.  이 노래의 작곡가 임종수 씨가 학창 시절 '황등역'에서 기차를 타고 익산시내에 있는 학교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하며 '고향역'을 작곡했다.

지금은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는 곳이지만 익산역에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를 할 때 구내를 확장하여 조차장 및 화물 취급 기능 일부를 넘겨받아 보통역으로 환원되었다. 

지금은 옛날 사람들이 이용했던 모습만 재현이 되어 있다. 황등역, 춘포역, 만경강문화관 등 주요 관광지에서 진행되는 공연이 함께 즐기는 생활문화 Day라는 콘셉트로 지난 7월까지 열렸는데 공연은 전통무용, 퓨전난타, 통기타, 사물놀이, 라인댄스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을 만나볼 수 있었다. 

황등이라는 지역에서 육회비빔밥을 먹어보고 시장을 걷다가 사람들의 모습도 살피고 도서관에 들여서 가볍게 책 한 권을 읽은 다음에 고향역의 배경지인 황등역을 들려보는 것도 좋다. 고향이란 당시의 시간과 공간, 그곳을 생각하는 마음이 불가분의 관계로 굳어진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고향은 어떤 이미지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겨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설 속에서 감성의 공간으로 그려질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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