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이오정, 경체정

하늘에서 받은 나와 내가 선택하는 나 그것이 오(吾)

사람에게는 하늘로부터 받은 나라는 낙오천, 내가 선택하는 나라는 종오년의 운명이 있다고 한다. 하늘이 내린 천명을 감사히 받고 올바르고 성실하게 나의 생을 살면 하늘이 사람을 내린 뜻에 부합한 삶이 된다고 하는데 그 뜻을 아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봉화군이라는 지역은 태백의 기세가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태백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춘양동에 숨어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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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오현과 추사 김정희의 흔적을 찾기 위해 봉화군을 방문했다. 조덕린(1658년∼1737년) 선생이 말년에 수양하고자 경치 좋기로 이름난 곳을 찾아서 조선 영조 3년(1727년)에 지은 정자인 사미정의 이정표가 있지만 이번에는 다른 정자를 찾기 위해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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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정이 자리한 곳에는 사미정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풍광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계곡을 낀 경사진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에 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온돌방을 두었는데 청양에 가면 자리한 사당의 주인 정승 채제공이 썼다고 알려져 있다. 채제공은 정조시대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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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정의 이정표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정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봉화군은 지역의 중심이 되지는 않았지만 선비들이 살았던 곳이 많아서 그런지 빼어난 정자들이 적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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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봉화군의 이오정이라는 정자다. 이오란 나 오(吾)를 사용하는 낙오천, 종오년에서 두 개의 오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잠은 강흡(1602~1671)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병자로란 때 임금이 남한산성에서 중국 청나라에 무릎을 꿇고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들어와 숨어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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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6년 병자호란 후 포옹(抱翁) 정양(鄭瀁), 각금당(覺今堂) 심장세(沈長世), 손우당(遜遇堂) 홍석(洪錫), 두곡(杜谷) 홍우정(洪宇定) 등과 함께 태백산 춘양동에서 숨어 살며 절개를 지켜 태백오현(太白五賢)이라 하였다. 강흡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1679년(숙종 5)에 세운 건물로 1938년에 중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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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정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경체정이 나온다. 경체정은 법천 강윤, 백이 강완, 류천 강한 삼 형제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류하 강태중이 철종 5년(1854)에 건립하였다고 한다. 당시시대는 혼란했던 시기였다. 철종이 1854년부터 친정을 시작하였으나 모든 실권은 안동 김 씨 가문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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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였던 사람의 형제를 기린 경체정은 정면 2칸, 측면 2칸 규모의 정방형 팔작집이다. 정자의 주위에는 토석 담장을 둘러 외부와 공간을 나누어두었고, 좌측 끝에 사주문을 달아서 정자를 출입하게 했다. 특이한 것은 현판의 글씨를 추사 김정희가 썼다고 하는데 이때가 추사체를 완성하고 나서 2년 뒤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기 전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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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형 팔작지붕으로 인해 마루방 상부에는 정면 쪽으로 우물반자를 설치하였고, 보 방향으로 퇴랑을 건너질렀다. 들문의 중앙에 쌍여닫이 띠살문을 두어 평상시에는 이 문을 통하여 방으로 출입하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행사에서는 모든 문을 열어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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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때부터 안동김 씨와 풍양조 씨가 득세하던 조선 말기와 1860년 최제우가 신흥 종교인 동학이 창시되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선비들의 이야기와 함께 정자가 남아 있어 강흡이 생각했던 대로 하늘이 내려준 삶과 자신이 선택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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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종의 묘호는 슬기롭고 명석하다는 의미였지만 그런 삶을 살았는지는 후대가 평가할 일이다.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역사를 되살펴보고 과연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수는 있다. 토벽으로 이어진 골목길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봉화군에서 가을을 만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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