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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30. 2023

백발마녀전

머리가 세었어도 그대는 더욱 아름답게 보이네

사람이 사람을 믿는데 혹은 믿지 않는데 이유가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황이나 이념 그리고 지녀온 가치관에 따라 상대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상대의 생각에 오해라는 먹물이 퍼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삼가고 삼가여서 행동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렇게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오해의 여지를 만드는 것이 인간사회의 결점이다. 1993년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릴 때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장국영의 대표적인 작품인 백발마녀전이 개봉을 했었다. 


중국영화가 수준도 낮고 세계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홍콩영화의 전성기에는 전 세계와 한국에서 중국영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스토리와 영상미까지 모두 갖춘 수많은 작품들이 나왔으며 장국영과 같은 걸출한 배우들이 스크린에서 자신의 매력을 선보였었다. 백발마녀전이라는 영화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보수와 진보, 기득권과 비기득권, 남자와 여자의 극명한 생각차이를 잘 그려냈다. 정통이라고 알려진 8대 문파와 사파의 대결은 말 그대로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그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탁일향과 연하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임청하가 주연으로 나선 이 영화는 상대역 장국영의 비중이 의외로 돋보이진 않는다. 백발마녀전은 임청하에 의한 임청하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장국영의 눈빛과 함께 로맨틱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장국영 역대 베스트 TOP5에서 결코 뺄 수 없는 작품으로 ‘백발마녀전’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영화의 배경을 본다면 한국의 역사와도 무관하지가 않다. 명나라 말기에 청나라가 자리를 잡을 때의 시대분위기다. 자양진인의 애제자 탁일항은 말썽꾸러기로 마교의 금지구역에 들어갔다가 늑대의 습격을 받는다. 그러나 피리로 늑대를 조종하는 아리따운 연하상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때 아마도 인조가 삼전도에서 굴욕을 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믿고자 했던 탁일향은 그가 처한 곳에서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휘둘리게 된다. 상황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8대 분파의 수장이기도 했던 무당파의 지도자 자양진인은 살해당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그런 짓을 했다고 말을 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왔건만 그녀는 탁일향의 불신에 머리가 새하얗게 세고 만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사교를 배제하고 공고했던 8대 문파의 모습은 오늘날 기득권세력과 너무 닮아 있다. 사랑은 어떤 시련보다 신뢰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 너무나 지키기 어렵다는 것은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30년이 지나 백발이 된 그녀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보여주었던 그런 메시지나 영화 속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없었던 위정자들도 여전하다. 

장국영 - 홍안백발(紅顔白髮)


이 인생을 원망하고 이 밤을 원망하네

사랑이 이렇게 어렵다고 누가 그랬던가?

사랑과 미움 사이에서 헤매는 나

머리가 세었어도 그대는 더욱 아름답게 보이네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하룻밤 우리의 사랑을

영원히 이어갈 수는 없을까?

하지만 난 믿어, 우리가 힘들 때 헤어진다면

내 아픔이 덜 할 거란걸...


https://youtu.be/dxRDFqmgQ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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