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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9. 2023

결혼에 미친 남자

춘천 예비신부 살인사건으로 보는 결혼의 이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있어서 모든 것에 신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서로에 대해 모두 투명한 것도 쉽지는 않다. 그래서 자신의 관점으로 왜곡해서 보기도 하고 과정 해서 보기도 한다. 문제는 믿고 싶은 것이 너무나 확실할 때 그 거짓에 자신이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기준을 까다롭게 한다고 해서 모든 거짓을 걸러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기준이 만족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수면아래 잠들어 있는 심각한 문제를 간과하는 경우도 많다. 


남녀가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고려하고 배려를 해야 한다. 배우자를 속이려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부모나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지위나 경제력등을 거론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지킬 것처럼 하면서 사람을 기망한다. 특히 남자의 경우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능력 혹은 그럴듯한 회사를 다니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집을 구해준다는 그런 약속을 한다면 배우자로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2018년 결혼에 미친 남자 S(28)는 Y(23)를 여성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을 했다. 그것은 그녀를 처음 본 지 4년 만이었다고 한다. 2014년 여성이 20살 때 동대문구 스피치 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다가 그룹으로 엮이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서울의 명문 K대를 다닌다고 하면서 그 대학에 다니는 그녀에게 선배로서 다가갔다고 한다. 사실 그는 그 대학을 다닌 적도 없다. 대학부설 평생교육원 같은 곳에서 돈을 내고 조금 배운 것이 전부였다. 서로 전화번호를 받았지만 학원 이후에 서로 연락은 4년 동안 없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남자는 첫 만남부터 여자에게 후광이 비친다는 둥 듣기에 좋은 말을 하며 여자의 호감을 샀다. 그리고 가볍게 만나기로 했지만 남자는 두 번 만남에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고 한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말에 당황했지만 여자는 생각해 본다고 하면서 만남을 이어갔다. 만난 지 2개월쯤이 지났을 무렵 결혼을 계속 이야기했지만 여자가 자신의 엄마 이야기를 하면서 미루려고 했다. 그녀는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기 때문에 기다리던 중이기도 했다.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대기업에서 합격통보를 받는다. 


남자는 제대로 된 직장을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이 부모님이 운영하는 춘천의 국밥집에서 시간이 되면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의 집은 없었고 1층에 식당 2층에 옥탑방에서 살고 있었다. 2개월 무렵 자신만의 사업계획서를 써서 여자의 집에 찾아가서 부모에게 그 계획서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결혼 이후의 계획을 말했다고 한다. 미래 계획서에는 자신이 태양광 사업을 할 것이고 아버지는 공사에서 은퇴하고 지역구 공천을 받았으며 아로니아 농장을 꽤 큰 규모로 한다고 써놓았다. 임의대로 자신의 미래 소득을 추정하고 생활비, 주택 마련등의 지출등을 계획을 세워두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작은 식당을 하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속일 때 가장 잘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를 적당하게 정치와 엮는 것이다. 그래야 지방유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말은 그 지역에 가지 않으면 확인이 쉽지 않고 주변 탐문을 하고 다니기에도 쉽지 않기 때문에 확인이 쉽지 않다. 사실 대부분 거짓이거나 정치 좀 하겠다고 허튼짓 하다가 망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결혼하면 돈을 얼마 준다는 남자를 믿는 것은 여자의 가장 멍청한 행동 중에 하나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거라도 믿으려는 여자의 속내도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S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는 미래 계획서가 공개되어 있어 보았는데 28살이 쓴 거 치고 너무나 엉성하고 사업계획서의 형식도 갖추지 못하고 모든 것이 거짓 투성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그걸 보고 한 번 만나봐도 되지 않을까란 신뢰를 가졌다고 한다. 만약 필자였다면 그걸 보여주는 순간 그 남자의 허세와 거짓 그리고 무능을 한 번에 보았을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때부터 벌어지기 시작한다. 억지로 결혼을 추진하면서 서로 간의 이견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의 대기업에 취직한 여자는 점점 춘천에 사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자 S는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춘천으로 끌고 와 식당일을 하게 하면서 2층 옥탑방에서 살게 하려는 자신의 의도가 완전히 어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신혼방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여자는 그래도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남양주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자고 했지만 남자는 무조건 춘천에 있는 부모집 2층 옥탑방을 고집한 것이었다. 게다가 남자는 모아놓은 돈이 나 직장도 없는 상태에서 그녀가 대출을 받아 같이 벌어 갚자는 말이 고깝게 들린 것이다. 


결혼이 자꾸 미루어지는 것 같자 남자는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어머니가 훼방을 놓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그 엉성한 미래계획서까지 보여주었는데 그것도 이해 못 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녀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상견례가 미루어진 것과 자신을 믿지 못한 것에 대해 오랜 시간 가르치듯이 설교를 했다고 한다. 그는 결심을 한다.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에게 가장 큰 복수를 하기로 말이다. 그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요구를 들어주겠으니 춘천집 옥탑방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S는 일을 안 하면서 적당하게 작은 식당을 하는 엄마의 집에서 사는 멋진 꿈을 꾸고 있었다. 일은 여자를 시키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일을 해야 작은 식당이 있는 건물을 물려받지 않겠냐는 말도 했지만 그녀에게 그건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자신의 완벽한 계획을 망친 그녀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날 춘천집으로 향했다. 저녁식사만 하고 서울로 다시 갈 계획에 그동안 이상한 낌새가 있었지만 설마 부모님이 있는 건물에서 무슨 일이 있지는 않겠지란 마음도 들었다. 


그녀는 그날 잔인하게 살해를 당했다. 셀 수 없는 구타와 함께 결국 목을 졸려 죽임을 당한 후에도 몸통과 머리가 분리되고 몸통의 장기는 모두 파헤쳤다. 그 후 S는 깨끗이 씻은 다음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목사를 찾아갔다. 목사에게 왜 자신이 생각대로 인생이 안 풀리냐면서 하소연을 한다. 자신의 계획을 몰라준 예비신부를 살해했으며 그 모든 것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는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실 그녀와 만나지 않았던 4년 동안 여러 명의 여자를 만나 계속 결혼을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신이 누군가를 아는 것이나 부모의 후광등을 이용하는 사람의 특징은 본인이 어떤 것을 하고 싶거나 명확한 삶의 목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춘천의 살인사건은 극단적인 경우였으나 다른 사람의 능력을 자신의 것인 양 말하는 사람치고 미래가 있는 경우를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다른 도시에 사는 부모에게 의지하기 위해 가려는 남자 치고 정상적인 경우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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