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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6. 2023

황금들녘

가을 햇살 아래 영글어 가는 비옥한 옥천

시간이 지나면 지역을 기억하는 이야기는 계속 변화하게 된다. 이맘때가 되면 밥을 찰지게 지을 수 있는 기름진다는 의미의 옥(沃)이 연상이 된다. 기름진 천이 흐르기 때문에 황금색이 더 어울리는 고장이 바로 옥천이다. 옥천의 옛 이름은 관성군(管城君)이었다. 신라의 기운이 쇠할 때 동래(東來)하여 뛰어난 공적을 쌓아 경순왕(敬順王)의 부마(駙馬)가 된 육보(陸寶)가 있었다. 

그는 관성군에 봉해지면서 신라가 패망할 때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仁浦里)에 은거하면서 매일 산에 올라가 신라의 부흥을 축원하다가 숨졌다고 한다. 후손들은 육보(陸寶)를 시조로 하고 옥천(沃川)을 본관(本貫)으로 삼아 대를 이어오고 있다. 

황금색의 물결이 전국의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수확된 벼로 도정된 쌀로 만든 기름진 밥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런 때에는 밥맛만 좋아도 모든 것이 행복해질 때다. 

바람이 부는 대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벼들의 물결을 보면서 옥천의 구읍을 걸어서 가본다. 농부들은 태풍이 올까, 가뭄이라도 들까 노심초사하며 키운 벼가 드디어 황금빛으로 변한 모습에 이제야 안도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벼 유통기한은 약 1년에서 3년인데, 겉껍질을 벗기지 않은(도정하지 않은) 벼는 3년을 버틸 수 있고, 도정한 후의 쌀은 1년을 넘기기 어렵다. 어릴 때는 흔히 정부미라고 하는 쌀을 받아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맛있는 쌀은 갓 도정한 쌀이기도 하다. 

옥천의 대표적인 여행지이기도 한 옥천 구읍과 정지용의 생가, 옥천전통문화체험관까지 자리한 곳에 옥천 묵밥과 같은 먹거리와 커피타임과 같은 작은 커피숍에서 분위기 있는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등도 자리하고 있다. 이날은 커피타임에서 대추차를 하나 주문해 보았다. 

음료를 주문하고 나서 주변의 비석 군도 살펴보고 가을의 기름진 풍광을 보면서 걸어서 돌아다녀본다. 

옥천 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2023년 한국관광공사 주관하는 ‘전통한옥 브랜드화 공모사업’ 선정에 따라 기획된 선비의 품격, 장군의 기상등을 진행하였다. 간단한 O, X퀴즈를 통해 예선전을 통과한 최종 20명의 신청자 중 장원급제자를 선발하는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행사였다. 

커피의 향을 맡으면서 2층으로 올라가 본다. 이곳에서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휴일에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소통의 모습들도 있었다. 

쌀을 뜻하는 쌀 미(米) 자를 88(八十八)로 파자해서 농부가 수확할 때까지 88번 손이 갈 정도로 막대한 노동력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기계가 발달되어서 수고로움이 덜하다고 한다. 

한해의 먹을 것을 심고 다시 수확하고 그리고 일상을 이렇게 영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일상이 즐거워지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카페 안에 부엉이들이 모양도 형태도 다른 집안에 들어가서 앉아 있다. 1년 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선택을 하게 된다. 때론 후회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택했다면 후회와 아쉬움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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