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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3. 2023

계절의 변화

사람의 덕을 합한다(合德)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흙길을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세포들의 변화가 일어난다. 셀 수도 없는 세포가 모여 하나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여린 나뭇가지가 혹은 붉게 물든 단풍잎이 가을바람에도 살랑이며 춤을 춘다.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같이 잘 살기 위해 덕을 쌓아 오늘날에 이르는 합덕(合德)이라는 이름이 붙은 합덕제가 당진에 있다.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저수지를 만들었고 지역명으로 정착을 하였다. 한국의 공간이 만든 벼농사의 문화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꼭 필요했다. 홀로 씨를 뿌려도 자라나는 밀을 주 식량원으로 삼는 서양에서는 같이 모여 이런 저수지를 만들 이유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날 서양과 동양의 생각차이를 만들기도 했다. 

당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농산물은 당연히 쌀이다. 당진군 동남부에 있는 합덕읍은 합덕저수지에서 시작을 하게 된다.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는 곳에 가을꽃도 적지 않게 피어 있다. 공중에서 보면 합덕제를 중심으로 농경의 문화를 만드는 농로가 직선으로 뻗고 논을 직각으로 둘러싸서 들이 좋고 물이 좋은 곳에서 많은 것이 생산이 된다.  

들판을 가로질러서 천변의 둑길에 올라서면 탁 트인 풍광이 만들어진다. 낮은 구릉지를 안고 있는 이 들판 고을은 함께 덕을 쌓는다는 의미를 요즘에는 많이 퇴색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해졌는데 여전히 같은 방식을 요구하는 느낌이다. 이제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는 이미 달라졌고 더 이상 그런 형태로 유지될 수가 없는데 지금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똑같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서울로 몰려가서 살아가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한 것이 요즘 한국의 모습이다.  

합덕제 일원은 1000년 전, 고려 왕건에 맞서 후백제 견훤왕이 합덕제와 인접한 성동산성에 군막을 설치하고 군마에게 먹일 물을 마련하기 위해 축조한 대형 방죽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평화롭게 공존하려는 마음에 있지 않았을까. 

2023년 당진 문화재 야행은 합덕수리민속박물관 일원에서 10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열리게 되는데 합덕제, 농촌테마공원, 합덕성당에서 이른 저녁부터 늦은 저녁까지 열리는 밤의 산책이기도 하다. 

시대가 변하게 되고 삶의 방식이 바뀌게 되면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난다. 동양은 관계이며 비움이 있었던 문화로 그 속에  한 시대의 인간 사고를 지배하는 인식 체계인 패러다임은 조금씩 바뀌어간다. 

동양적이면서 서양적인 공간 합덕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중국 한자는 기존 몇 가지 글자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의미의 글자가 계속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세상에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 있다. 물과 꽃이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빛과 향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합덕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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