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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4. 2023

통영 1박 2일

통영의 해평열녀비각과 봉평동 지석묘 

세상의 모든 것은 점과 선,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 개가 합쳐지면 3차원이라고 하며 3차원을 통해 우리는 공간을 인식하고 그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살아가면서 먼저 했던 일과 나중에 했던 일을 구분하는 것은 그 공간에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간은 지속이 된다. 지금은 지나갔지만 통영에서 1박 2일의 기억을 더듬어보며 그곳으로 돌아가본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결국 기억이나 경험에 따른 다양하고 복잡한 세상에 대한 해석이다. 이곳은 통영의 해평마을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1780년은 정조가 집권한 지 4년이 되는 해였다. 금슬이 좋기로 알려진 한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은 한산도 각수여부근에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실종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관점으로 본다면 필자는 미래의 사람이다. 사람은 지나간 것이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에 안타까움과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남편의 실종소식을 들은 아내는 남편을 찾고자 현지로 가서 바다에 투신하여 3일 후에 남편이 시체를 안고 이 부근의 개천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여성은 숨이 멎은 채였다고 한다. 

그녀가 남편과 함께 나온 곳이 바로 이 부근이라고 한다. 시신을 발견한 마을 주민은 정절에 감복하여 부부를 합장해 주었으며 이 부근에 부임한 현감이 세숫대야에 열녀라고 새겨진 버들잎이 떨어지는 이변이 생겼는데 현감이 사유를 할고 비를 세우고 마을 사람들은 열녀 사당을 세워주었다고 한다. 

그녀가 미래를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많은 것이 바뀌어 있고 그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태어났다가 사라진다. 1895년에 발간된 웰스의 타임머신이라는 소설에는 이미 우주여행, 유전자공학, 지구 온난화, 공중폭격등이 등장한다. 우리의 의식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연히 시간을 따라 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해평열녀비각에서 멀지 않은 곳에 통영의 지석묘가 있어서 그곳을 찾아가 본다. 통영이라는 도시에는 고인돌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데 그중에 하나이다. 지역 주민들 말에 따르면 해안선을 매립하기 전에는 해안가를 따라 지석묘 수십 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봉평동에는 두기만 남아 있다고 한다. 

통영도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살았던 만큼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층도 있었다. 지석묘는 돌방과 덮개돌 사이에 받침돌을 놓는 방식에 따라 탁자식과 바둑판식으로 나뉘는데 탁자식은 흔히 보는 받침도 네 개를 세워 돌방을 만들 고 그 위에 평평한 덮개돌을 올려놓은 방식이며 바둑판식은 땅속에 돌방을 놓고 작은 받침돌을 놓은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방식이다. 

사람이 이렇게 문명을 이루고 사는 것은 청동기시대에 고인돌을 만든 인류 지성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명은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는 없다. 당시에 사람들을 동원해서 거대한 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통영에 자리한 고인돌의 앞에 섰다. 이곳으로 접근하려면 주민들에게 물어서 와야 할 만큼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통영에서 보낸 시간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정답은 없지만 예전에 존재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찾아보는 여정도 재미가 있다. 

통영에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두룡포라는 지명으로 불렸었다. 물적 교류가 활발했던 이곳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안도시로 해안가에서 잡히는 먹거리로 가득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바다의 땅이라는 통영은 미래 100년의 도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타임머신을 쓴 웰스는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었던 작가였다. 그는 세상에 많은 관심을 두고 그 지식을 기반으로 예언가적인 이야기를 썼다. 세상을 예측하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아주 조금 틈새를 엿보는 것이다. 타임머신에서 시간 여행자는 미래의 종족인 위나가 준 미래 지구의 꽃을 현재로 가지고 온다. 우리에게 미래 지구의 꽃은 무엇일까. 지금 보는 바다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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