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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6. 2023

뜻을 굳게 가져라

홍주성역사관 기획전시, 창주사 홍성에 터를 잡은 주자의 혼

세상에 자신의 뜻을 굳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뜻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종교도 자리를 잡을 곳이 없을 것이다.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라면 삶과 죽음의 문제에 초탈할 것이다. 매일매일을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보았으니 말이다. 자신의 마지막 강의를 끝내고 자신의 지인들에게 "뜻을 굳게 가져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70세의 일기로 숨을 거둔 사람이 바로 주자다. 

홍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조양문(朝陽門)은 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읍에 위치한 홍주읍성의 4대 문 중 하나로 대한민국 사적 제231호로 제정되어 있다. 팔작지붕에 다포계 건물로 정면 3칸의 문루로서 흥선대원군이 친필을 하사했다. 일제강점기에 서문과 북문은 없어지고 조양문마저 파괴하려고 하였으나 읍민들의 결사적인 반대로 화를 면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홍성이라는 지역에 터를 잡은 주자의 혼이라고 하여 창주사에 대한 기획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성인은 기질이 아주 맑기 때문에 그 안에 깃들어 있는 본연지성(本然之性)이 온전히 드러나지만, 보통 사람은 그 기질이 흐리므로 본연지성이 가려지기 쉽다고 보았다. 

자신을 수양한다고 하는 것은 보통 사람의 기질을 변화시켜 맑게 만드는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각각의 사람은 타고난 기질이 서로 다르므로 기질지성(氣質之性)도 각기 다르다. 

홍성군 홍동면에 위치한 창주사는 약 400년간 세거 한 신안주 씨 중종의 문중사당으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주자)를 모시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창주사로부터 기탁받은 소장유물들을 비롯하여 홍성군 향토문화유산인 창주사의 자료를 역사. 문학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주자의 이름은 희(喜)로, 송나라 고종 때에 푸젠성 유시에서 주송(朱松)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자질이 뛰어나고 사색하기를 좋아했다. 어릴 때 유학을 공부하면서 공자나 맹자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했다. 

창주사는 홍성군 향토유적 2호로 중국 남송시대에 성리학을 집대성한 유학자 ‘주희’의 영정을 봉안한 사당으로 1929년 홍주의병지도자였던 김복한과 유교부식회가 홍주향교에서 지금의 창주사로 자리를 옮겨 도광제(道光濟)라는 현판을 걸고 학문과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철학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유학은 자신이 노력해서 그와 같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면은 서양의 종교와 다른 부분이다. 누군가를 흠모함에 있어서 맹목적이지 않았다. 옳고 그름을 따져가면서 배움을 청했던 것이다. 

더 학문에 매진하던 주자는 춘추, 불교 서적, 노자를 모두 공부했으나 그 한계를 느끼고 마음이 채워지지 않음을 느꼈다. 그의 안색은 언제나 장중했고, 말씨는 엄격했으며, 행동거지는 유연했고, 앉은 자세는 단정하고 곧았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본다면 주자는 그렇게 원만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 세상이 잘못된 것이나 군주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상소문을 올리자 지방으로 쫓겨나고 주자를 따르던 많은 학자들은 이에 연루될까 봐 전전긍긍하여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났다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러운 일인가. 그렇지만 세상을 많이 바라보다 보면 그것을 차마 지나칠 수가 없게 된다. 주자는 살아생전에는 지배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세상을 떠난 후 새롭게 평가받았다.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남긴 기록물들이 이곳에 남아 있다. 옛스러운 말이지만 잘 살펴보면 틀림이 없는 말들이 적지가 않다. 칸트가 없었더라면 서양 근세 철학의 방향이 바뀌었을 것처럼, 주자가 없었더라면 송·원·명·청의 사상 역시 중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석한 군주란 먼저 사물의 도리를 연구하여 참된 지식을 얻은 후에야 국가를 편안하게 다스린다'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이 따라가는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물질이나 삶에 대한 안락함에 목적을 두지 않고 그렇게 걸어가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어려웠다. 기획전시전을 보면서 오래간만에 주자의 발걸음에 대해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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