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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7. 2023

죽음의 무게

국립공주박물관 기획전시,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

태어나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것이 있다.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삶을 살지는 몰라도 죽음은 모두가 도착하게 되는 마지막 여정이다. 수많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에 가기도 한다. 죽음의 무게는 어떨까. 사람이 살아온 행적에 따라 죽음의 무게는 달라질 수가 있다. 특히 고대의 왕이었던 사람의 죽음은 지금도 미래에도 기억이 된다. 웅진시대를 열었던 무령왕의 장례를 볼 수 있는 기획전시가 국립공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백제 무령왕 서거 1,500주기를 맞아 무령왕의 장례 과정을 볼 수 있는 특별전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가 19일(화)부터 12월 10일(일)까지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무령왕 묘지석과 목관을 비롯한 백제 왕실의 장례문화와 관련한 유물 126건 697점을 선보이고 있는데 무령왕의 장례를 주관한 성왕의 시선을 따라 무령왕의 상장례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장례는 일반적으로 자식이 부모를 기리는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는 장사(葬事)를 치른다고 하여 상례와 같은 뜻인 장례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처리하는 과정, 죽은 사람과 관계가 있었던 살아 있는 사람이 시신의 처리과정 전후에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규정 등까지 포함이 되어 있다. 

고대인들이 가진 죽음에 대한 관념적 인식과 장례주관자들이 지닌 영혼관(靈魂觀), 타계관(他界觀), 상장의례(喪葬儀禮)에 반영된 생사관속에 성왕이 무령왕의 3년 상(喪)을 치르면서 왕의 죽음을 처리하고 죽은 왕의 안식과 타계(他界)에서의 재생을 기원한 복합적인 감정과 태도를 통해 다시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가 있다. 

한 세대가 물러가고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은 죽음은 다시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성에서 밀려서 웅진까지 온 백제의 왕들은 정상적인 통치를 할 수가 없었다. 웅진에 온 문주왕은 즉위 3년 만에 도적에게 살해되고, 어린 삼근왕은 즉위 2년 뒤 갑작스레 사망하였으며 23년간 재위한 동성왕도 백가가 보낸 자객에게 살해되었다. 

앞선 왕들의 죽음을 뒤로하고 무령왕은 즉위 원년(501) 백가를 처단해 반란을 진압하고, 지방통치에 힘써서 왕권을 안정시키면서 웅진시대를 안착시킨다. 

무덤을 쓰기 위한 비용과 어떻게 장례를 치렀는지 이곳에서 자세하게 그 흔적을 살펴볼 수가 있다. 성왕은 앞선 왕들의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무령왕의 노력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령왕의 장례식은 단지 죽음을 기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무령왕릉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무령왕릉의 무덤방은 연꽃무늬 벽돌을 쌓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도 삼국을 통틀어 연꽃무늬 벽돌로만 왕릉을 지은 예는 무령왕릉이 유일하다. 그의 무덤방은 무령왕의 선업이 내세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란 성왕이 염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령왕의 묘지석은 3년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묘지석은 죽은 사람의 이름, 사망일, 매장 시점등을 기록한 돌이다. 내용은 '염동대장군 백제 사마왕이 62세 나이로 523년에 돌아가신 후 525년 장례를 치렀다'로 해석되고 있다. 

전시전은 1부 '무령왕 시대의 마지막, 왕의 장례를 준비하다', 2부 '사마왕은 무령왕으로, 태자 명농은 성왕으로', 3부 '장례를 마치고, 성왕의 시대가 열리다', 에필로그 '더 강한 백제로 이어가다'로 이어진다. 연꽃무늬 벽돌(蓮花文塼)로 뒤덮인 무덤방에 목관을 안치해 무령왕의 선업(善業)이 사후에도 이어지기를 바란 성왕의 염원과 빈례(殯禮)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실 중앙에 목관을 놓고 주변으로 흰 장막을 쳐서 빈전을 재현하고, 목관 위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를 따라 왕의 죽음에서 매장까지 27개월 시간의 흐름을 표현등의 디테일한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성왕이 빈례를 마치고 성대한 장례행렬을 꾸려 벽돌무덤까지 무령왕의 시신을 옮기고 무덤에 안장하며 제사를 지낸 과정은 결국 자신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백제 상장의례(喪葬儀禮)와 관련해 최근 서울 석촌동 고분, 하남 감일동 유적, 부여 왕릉원 4호분 등에서 출토된 의례품도 이곳에 있다. 

성공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왕위를 안정적으로 계승한 성왕의 시대는 삼국사기에서 성왕 즉위 기사를 볼 수 있으며 다채롭고 화려한 꽃비 영상으로 무령왕에 이어 더 강한 백제를 이끌어 나갈 성왕의 시대에 대한 기대를 현재의 관점에서 미래를 보는 것처럼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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