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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1. 2023

두 얼굴의 살인자

말초적 중독에 빠진 주영형 강간, 납치, 살인하다. 

2018년에 개봉한 마동석 주연의 동네사람들이라는 영화를 보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여고생이 사라졌지만 너무나 평온한 시골의 한적한 마을로 그려지지만 1980년 11월 13일 그렇지 못했다.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로 집권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기반이 매우 약했던 때였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이윤상이 우표를 산다고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가족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아이를 유괴했다면서 현금 4천만 원을 요구를 했다. 


윤상군의 아버지가 경찰에 알리면서 납치를 한 사람을 검거하려고 노력했으나 시간은 그냥 흘러가만 했다. 사건은 공개수사로 전환되면서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이에 전두환은 특별 담화까지 발표하면서 모두의 관심은 윤상이의 행방에 집중이 되었다. 시간은 383일이나 지나가며 62차례의 전화와 6번의 협박 편지를 보냈다. 그 실마리를 찾는 것조차 요원하기만 했다. 장기미제사건으로 점점 미궁 속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의 이득에 의해 혹은 이해관계에 의해 얼마든지 거짓을 말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웃사람들에서 교사인 김지성은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면을 지닌 사람으로 등장한다. 학생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접근하지만 그의 이면은 여학생을 몰래 촬영하고 심지어는 살해까지 한다. 이윤상 군 납치사건에서 윤상이의 선생이었던 주영형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를 하였고 범인들이 어서 윤상군을 돌려보내줬으면 좋겠다”는 방송국 인터뷰까지 하고 윤상군 가족들에게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영형은 서울 사범대를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며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난 사람이었다. 누가 보아도 조건이 좋았으며 외모도 준수했다고 한다. 결혼까지 하고 화목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 같은 주영형은 학교에서 여학생들을 강간하는 등의 밝혀지지 않은 범죄를 저질러 그 학교에서 쫓겨나 이윤상 군의 학교에 부임한 것이 되었다. 그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A양, B양과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납치를 할 때 주영형은 A양과 B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그래서 전화를 할 때 여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명문대 출신의 주영형은 성욕을 제어하지 못한 데다가 도박을 즐기다가 1980년 당시에 도박 빚이 천만 원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의 물가를 어머니 가계부를 통해 기억하고 있다. 당시 짜장면의 가격은 350원이었으며 일반 직장인의 월급이 십여만 원에 불과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일본의 유명한 최면술사를 동원한 결과, 윤상군의 어머니의 입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게 됐다. 실종 당일, 윤상이가 체육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드디어 수사선상에 주영형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자신에게 포위망이 좁혀져 오자 A양과 B양에게 자살을 강요한다. 자살을 강요한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 29살이었던 주영형은 두 아이의 아빠였다. 사형이 선고되자 재심청구를 여러 번 했으나 기각이 되었다. 사형이 선고되고 나서 기독교에 귀의하여 독실한 신자가 되어 하느님의 품에 안겨 모든 용서를 받았다는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고 한다. 1983년 7월 9일 주영형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과연 어디까지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악마처럼 살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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