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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4. 2023

악의 (惡意)

악연으로 만난 두 사람,  누나 살해로 인연을 끝내다. 

서로 다른 환경에 있던 피가 한 방울도 안 섞인 사람들이 형제자매로 이어질 때가 있다. 부모가 새롭게 결혼하여 인연을 맺을 때 그 자식들은 의도치 않은 채 연으로 묶이게 된다. 혈연은 아니지만 혈연과 비슷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형제자매관계가 되지만 그 인연으로 인해 서로에게 더 큰 악연이 될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재산이나 여러 가지가 엮이게 되기 때문에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울산에서 어떤 부모가 재혼을 하였는데 양쪽에 딸과 아들이 있었다. 딸과 아들의 나이차이는 3살 차이였는데 딸이 3살이 더 많았다. 이들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는 밝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이들의 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18년 10월 12일이다. 그로부터 약 6년여 전 이들은 본격적인 악연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보면 남자나 여자 모두 정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3살 어린 남자는 누나의 딸이 마음에 들었는지 2012년 그 딸에게 돈을 주며 성관계를 할 것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 딸이 미성년이었는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누나의 나이로 볼 때 미성년인 것을 추정해 볼 수는 있다. 딸은 자신의 엄마에게 가서 삼촌이라고 해야 할까. 그 삼촌이 자신에게 돈을 주면서 성관계를 하자는 말을 했다면서 그 말을 전한다. 그 누나는 분노를 터트리는 대신에 동생을 찾아가서 주변에 그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면서 협박을 한다. 


2012년부터 약 6년여간 남자는 누나에게 2억에 가까운 돈을 시도 때도 없이 뜯기게 된다. 남자의 삶도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는지 살던 아파트 담보와 사채까지 써가면서 돈을 줬지만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남자를 한계치까지 몰았던 누나(당시 나이 45세)는 2018년 10월 11일에 딸에게 삼촌(당시 나이 42세)을 만나러 간다면서 나간 다음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딸은 12일 새벽에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경찰은 바로 출동해서 남자의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남자는 자신의 집에 누나가 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의 모습은 초조하고 손까지 떠는 것을 보고 집의 안쪽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누나의 시신이 있었다. 


그날도 누나는 의붓동생에게 돈을 달라면서 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말다툼이 심해졌고 남자에게 "너는 내 빨대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남자는 누나를 살해한 것이다. 살해한 후에 남자는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팔과 다리를 분리하고 몸통도 분리한 뒤에 머리를 막 분리하려던 참이었다. 1심에서 27년형을 선고받은 남자는 항소를 해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아 감옥에 수감 중이다. 


남자는 살해를 하기 전까지 전과가 없었다고 한다. 그 둘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들 부모가 결혼하면서 엮이지 말아야 할 인연이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관계는 전혀 정상적이지가 않았다. 분명하게 잘못을 했던 남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악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누나의 대응 역시 바람직하지도 않았고 정상적인 대처라고 볼 수는 없었다. 분명히 그런 행동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까. 


사람은 본질적으로 악한 사이코패스 같은 존재들도 있지만 대부분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삶의 가치관이 어떤지를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좋을 때 악의를 가지지 않는다. 조금만 나빠져도 상대를 탓하고 심지어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평소에도 그런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을 놓치면 안 된다. 특히 돈에 대해 매우 집착하는 사람들의 경우 관계가 어떠하든지 간에 멀리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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