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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2. 2023

인생의 배처럼

옥천의 배를 매는 바위가 있었던 배바우 마을

여행이 좋은 이유는 조각조각 모여 만들어진 삶에서 다채로운 색깔이나 생각을 새로 붙여나가는 느낌을 들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흔들리며 살아가더라도 삶의 어떤 순간에 끼워 놓고 싶은 책갈피 같은 순간들을 찾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읽는 맛이나 보는 맛이나 살포시 지나갔을 뿐인데 익숙하지 않지만 신선한 바람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 

연주리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광산김공삼순송덕비와 전참봉김용준시혜불망비로 광산김 씨가 적지 않게 이곳에 살았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매번 지나쳐가는 순간이지만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그 지나가는 순간들 속에 아름다운 풍경과 그렇지 않은 풍경들도 있다. 언젠가는 기대가 있는 그런 풍경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이곳은 한적한 곳이지만 푸근한 느낌이 드는 마을이다. 탁 트인 배바우공원이 있는 연주리는 주암리, 연지동, 고성리를 합하여 되었으며 1739년 여지도서에도 사람이 살았던 기록이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정표를 자세히 보는 편이다. 물론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에서 입력을 하면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방향을 표시하고 그곳을 기억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배바우마을에서 한반도 전망대까지는 멀지가 않다. 

운동을 하다 보면 어떤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버티는 근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살아가는 것도 자세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신만이 잡을 수 있는 그런 삶의 보람 같은 것이랄까. 매번 바쁘게 지나가지만 잠시 머물러 보았다. 

비들목재, 한반도지형 전망대, 1코스 고성, 2코스 금정골, 3코스 피실로 나뉘어 있는 이곳에는 등주봉이라고 부르는 생태탐방로가 조성이 되어 있다. 

안남면에는 연주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연지동과 주암, 고성리가 합하여 이루어진 곳으로 지금은 배바우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배바우를 한자화하면 주암이라고 되는데 배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바위를 깨뜨려서 그 형태가 사라졌다고 한다. 

겨울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것 같지만 탁 트인 곳에 오니 마음은 편안해진다. 생각해 보면 인생의 찬란한 순간이 언제였나 생각해 본다. 현재가 가장 좋다면 그때가 전성기가 아닐까.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배 위에서 노를 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인생이라는 배를 젓고 살아가는 사람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람들은 큰 것을 바라면서 살지만 한 번에 생겨나는 큰 조각은 바꾸기가 쉽지가 않다. 작지만 이쁜 조각들을 모아놓으면 어느새 큰 조각이 된다. 


주말이 되면 이곳에서는 배바우 장터가 열린다. 배바우 장터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발행하는 배바우 화폐를 이용할 시 20% 할인된 저렴한 가격으로 안남면 배바우 지역에서 생산한 싱싱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배바우 마을을 거닐며 하루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알아보는 시력, 불필요한 감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생각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행(行)과 연(聯)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시다. 글자들이 옆으로 이어지면서(行) 아래로 쌓여가는(聯) 가운데 시가 만들어지듯이 인생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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