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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4. 2023

정읍 가을소풍

가을 하면 생각나는 명소 정읍 내장산이 물들어갈 때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이제는 가을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순간에 왔지만 아직까지는 단풍을 볼 수 있는 때이기는 하다. 물맛이 좋아서 고추장이나 된장의 고장으로 여겨지는 순창, 옐로 시티를 지향하고 있는 장성 그리고 물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 정읍이 공유하고 있는 산이 내장산이다. 1971년 우리나라 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높이는 최고봉 763.2m 신선봉이다. 그리고 면적은 80,708 km2에 이르는 단풍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산이다. 

워낙 단풍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산이어서 주말은 피해서 찾아가는 편이다. 내장 저수지부터 내장산 입구까지는 왕복 2차로다. 내장산 입구는 3방향 도로가 만나는 지점인데 모두 왕복 2차로라 단풍철에는 그야말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다. 

고운 한복 같은 색채를 입은 것을 보는 것도 잠시이지만 그 잠시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몰라도 단풍의 색은 많이 빠졌다.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내장산 단풍은 주변에 높은 산이 없고 남부 내륙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에 일교차가 큰 데다 일조시간이 길어 붉은색이 잘 들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내장산 입구에 가면 정읍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농특산물이 보인다. 

당단풍, 좁은 단풍, 털참단풍, 신나무, 복자기 등 단풍나무 11종이 조화를 이루면서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 내장산이다. 노란 단풍은 은행나무 외에 오래간만에 내장산에서 보는 듯하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는 말은 어디든 사용할 수는 있지만 내장산 단풍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기도 한다. 정자에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우화정과 어우러지는 단풍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느낌을 보고 싶었지만 이번 여정에서는 그곳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물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사람들의 목소리만이 들려온다. 저 아래의 입구에서 이곳까지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수많은 음식점들과 길가에 있는 먹거리까지 즐비한 것이 아직 단풍의 시기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한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난다. 정읍 하면 쌍화차가 유명하지 않은가. 얼마 전 카페에서 생강을 듬뿍 넣은 쌍화차를 먹었다가 속이 쓰린 기억이 난다.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에는 전북 정읍의 쌍화차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데 쌍화탕의 쌍화(雙和)는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맞춘다는 뜻으로, 대표적인 보음(補陰) 약재인 숙지황이 들어 있어 예로부터 보약으로 취급받았다.

이렇게 쌍화차를 우려낸 것을 구입할 수도 있고 종이컵에 쌍화차와 밤, 대추를 넣은 쌍화차를 한잔 구입해서 먹을 수도 있다. 정읍의 쌍화차가 특별한 것은 쌍화차의 주재료인 ‘지황’의 주산지가 정읍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특급 품질을 자랑한다. 

내장산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라는 문구가 보인다. 정읍은 쌍화차 외에도 각종 녹차의 문화가 번성한 곳이었다고 한다. 정읍 자생차는 일본, 인도 등 외래 차나무와는 품종이 섞여 있지 않아 자생 품종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쌍화차 한잔을 구입해서 가면서 마셔본다. 속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밤과, 대추, 잣의 어울림이 괜찮은 편이다. 산홍(山紅), 수홍(水紅), 인홍(人紅)의 내장산은 산과 물, 사람이 모두 붉들게 물들이기 좋은 곳이다. 연지곤지를 찍은 것처럼 빨갛게 물들지는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하게 물들어가는 이 시기를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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