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Nov 16. 2023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이토록 사실적이며 본질적인 인간성에 대한 영화라니

사람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이란 믿을 수 있는 존재일까. 상황에 따라 충분히 탐욕스러워질 수가 있고 잔인해질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자신은 인간적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때론 쉽게 물들고 쉽게 동요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을 악마화하는데 익숙하다. 헝거게임에서 그려지는 게임처럼 잔인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투사를 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이나 선수 혹은 가수들을 맹목적으로 응원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잘하는 누군가가 이루는 꿈에 자신을 투영시킨다. 사실 헝거게임에서 구역마다 대표를 해서 나오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것은 바로 그런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헝거게임은 책으로 먼저 접하고 3부작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이번에 개봉한 헝거게임은 전에 개봉한 헝거게임의 프리퀼이다. 스노우라는 강력하고 어두운 악인이 왜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를 그리며 시리즈처럼 매년 개최되는 헝거게임의 시스템이 안착시키게 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국과 다를 바 없는 현실에 너무나 많은 것이 교차되었다. 전쟁등으로 인해 폐허가 된 대륙에 판엠이라는 국가가 세워지며 그 중심에는 수도인 캐피톨과 12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소득이나 신분에 따라 구분이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말하는 서울 흡수론을 보면서 헝거게임과 다를게 전혀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권력과 부가 모두 집중된 서울이 모든 것을 흡수하게 되면 지방은 헝거게임의 하층민들이 사는 구역처럼 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전작보다 이번 헝거게임이 더 현실적이고 인간성에 대한 가상의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헝거게임은 말 그대로 배고픈 자들의 게임이다. 12 구역에서 뽑힌 24명의 아이들이 서로를 죽이고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들을 캐피톨의 엘리트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멘토를 하게 된다. 그들은 나머지 구역의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함을 가지고 있었으나 상황이 악인으로 만들어가는 스노우는 자랑스러운 가문 출신으로 전쟁으로 인해 몰락하고 나서 지금보다 더 낮은 지위가 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도 살아남기 위한 헝거게임의 일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의 현실을 명확하게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시스템과 정치적인 설정이 모두 한국과 매우 닮아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게임을 하면 사람들이 현실에 신경을 쓰지 않을까를 집중하는 지배층은 사실 서민들의 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국가를 지배하려는 일부 정치계층은 권위주의를 만들고 순정적인 사회를 만들게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걸 사람들이 잘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사람들을 지배하고 생각을 돌리며 두려움을 가지게 만든다. 그것이 권위주의 국가의 본모습이다. 자신의 삶에 신경을 쓰며 타인의 고통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만든다. 그것이 사람을 지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게임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어 주면 된다. 한국에서는 스포츠가 그런 역할을 하며 트로트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는 12 구역의 소녀 루시 스레이다. 묘한 느낌을 주는 소녀는 레이첼 지글러가 그 역을 맡았다. 다층적이고 묘하며 선의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녀는 모든 사람은 선하게 태어나지만 살아가면서 악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보다 신뢰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일과 적접적인 상관이 없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위기나 위험이 다가오고 나서야 왜 그런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선해지기보다 악해지고 자신의 이득에 더 민감하다. 이전 시리즈로부터 약 64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잔인한 '헝거게임'의 시초는 물론 판엠의 독재자 스노우의 청년 시절을 보면서 악은 스스로 자라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용감한 시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