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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1. 2023

김장과 수육

구미원평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나눔

어릴때 가족이 함께하는 김장과 같은 경험을 해본적이 없다. 친인척들이 각자의 삶을 중요시했는지 몰라도 같이 모이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하는 공동체문화에 대해서는 취재등의 다른 활동등을 통해 많이 접하게 되었다. 물가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이때에 김장을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역마다 사랑의 김장 나눔과 같은 행사를 열곤 한다. 구미시에서도 구미초등학교 인근의 주민센터 창고에서 원평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구미시사회적경제기업협의회, 구미농업혐동조합이 참여하는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가 있어서 찾아가보았다.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지만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었다. 대한민국 법정기념일 중 유일하게 음식이 주인공인 날로 하루 평균기온이 4도 이하를 유지할 때가 김장 최적기다. 11월 중반부터 12월 중순까지 전국에서 겨우내 먹을 김장 김치를 담그는 이유다.

김장은 신선한 채소가 부족한 겨울을 나기 위해 조상들이 고안해낸 것인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 김장을 보면 의무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자 능력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요즘에는 김장을 할줄 안다고 하면 음식을 잘한다는 인증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김치인만큼 양도 상당히 많은편이지만 도와주는 손들이 많아서 그런지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이미 절여진 배추는 양념과 친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배추속을 만든 분들이 재빠르게 배추에다가 양념을 묻히고 있었다.

김장김치는 소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재료들이 지방에 따라 다르고 조리비법도 달라서, 다양한 맛과 영양가를 자랑하여 왔기에 지역마다 독특한 맛을 내는 것도 김치의 매력이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다/앞내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고/고추·마늘·생강·파에 젓국지 장아찌라/독곁에 중들이요 바탕이 항아리라/양지에 가가 짓고 볏짚 싸 깊이 묻고/박이·무·알암밤도 얼잖게 간수하고” - 농가월령가

한쪽에서는 빠르게 김치를 만들고 다른 분들은 이날 수고하신 분들을 위한 수육과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김장이란 그런 매력이 있다. 함께 하고 같이 먹는 수육의 달달함이랄까.

이쁘게 차릴 것도 없다. 그냥 쓱쓱 잘라낸 김치와 수육을 싸서 먹기도 하고 수육은 소금에 찍어먹으면서 고기 본래의 맛을 느껴보기도 한다. 너무 늦게 가지 않은덕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함께 해 준 모든 분들의 봉사 덕분에 올해도 훈훈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이웃들이 김장 김치로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본다.

진득한 미역국은 국물보다 건더기가 훨씬 많다.

김장을 할 때면 왜 항상 수육이 등장할까. 여러 사람들이 같이 먹는 수육은 더 맛이 좋게 느껴진다. 나눔의 미학이 있어서일까.

흔하게 즐기는 수육의 어원은 숙육(熟肉)이라고 한다. 삶기만 하면 되는 지극히 간단한 조리법 덕분에 어지간한 고기는 모두 수육으로 즐길 수 있으며 돼지고기는 앞다리~어깨 부분인 전지가 맛이나 가격 대비 맛에서 최상이다. 

사랑의 김장 나눔행사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분들에게 전달될 김치이지만 필자가 먹어본 바로는 맛이 괜찮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조금더 앉아서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일용할 양식이될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는것은 보림이 있다. 이제 김장철이 지니가고 있지만 김장나눔을 통해 좀 따뜻한 겨울이 될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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