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중학동의 구 선교사가옥에서 되살려본 과거의 기억
엘리베이터가 없었을 때 옥탑방은 가장 허름한 곳이면서 약자가 사는 공간이었다. 어릴 때 힘들었던 시기를 잊기 위해 의자를 하나 놓고 담요 같은 것으로 위에다가 씌우고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세상을 꿈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신데렐라 스토리보다는 소공녀가 더 와닿는 느낌이다. 비참한 상황 속에 내던져진 후에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우아함과 품위 등 자신의 원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사라가 동원하는 힘은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어주었다.
오래간만에 공주시 중학동에 자리한 구 선교사사옥을 찾아가 보았다. 항상 문이 닫혀 있었는데 이곳을 활용하기 위한 내부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느끼고 생각한 세상은 바로 소공녀 속의 공간이었다.
공주 중학동에 자리한 구 선교사가옥은 미국 감리교회 소속 선교사 사택으로 건립되었는데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주에서 선교사들이 선교 사업을 벌인 것은 물론이고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영명학교가 교육을 시작한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로 계단실과 각층 공간이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연결돼 있다.
건물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가 있다. 소공녀 속의 사라가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의 공간이다. 계단을 계속 걸어 올라가면서 주변을 살펴본다.
주택의 1층에서도 공주 시가지와 도심 하천인 제민천이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사택은 목구조도 기본적으로 미국식이고, 목재도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 부재를 썼다고 한다.
1939년 작성된 Williams 선교사의 편지 및 새로운 증언에 의해 Alice Sharp 선교사가 1939년 은퇴 시까지 사용하였던 건물로서 독신 여선교사들의 주거는 물론 여학교 역할도 하였던 건물로 밝혀졌다고 한다.
역경이 닥쳐도 비뚤어지지 않고 끝끝내 저항하는 소녀의 동심과 강인한 정신력은 어릴 때 필자에게 많은 힘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세밀하게 묘사되는 런던의 풍속, 진행되는 스토리 속에 숨겨둔 복선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꿈을 꾸게 만들어주었다.
인도에서 복무 중인 부유한 대위 랄프 크루의 딸 사라는 영리하고 매력적인 소녀로 상상력이 뛰어나 스스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소녀로 그려진다. 사라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장에 크루 대위가 파산하고 갑작스레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자, 사라는 호화롭게 누리던 모든 것을 빼앗기고 다락방으로 쫓겨나게 된다.
소녀가 살았던 공간은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사라를 미워해 온 민친 교장에게 구박을 들으며 온갖 허드렛일을 하게 된 사라는 자신이 역경에 빠진 공주라고 상상하며 일상을 견디어 낸다. 그렇게 살던 소녀는 이웃에 신사 한 명이 이사를 와서 인도인 하인을 통해 사라의 궁핍함을 듣고 가엾어하며 사라가 모르게 다락방을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사람은 그렇게 희망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듯하다. 이웃집 신사는 아버지의 친구 캐리스포드로 대위가 죽은 후 친구의 딸을 찾기 위해 런던으로 와서 친구가 남긴 재산을 물려받게 해 주며 사라는 학교에서 나와 캐리스포드와 함께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필자에게 그런 아버지의 친구는 언제쯤 찾아올까.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움직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구 선교사가옥은 미국식 구조이지만 영국적인 느낌도 있다. 각종 자재도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 부재로 만들어졌다. 오래된 가옥에서 오래간만에 어릴 때 읽어보았던 소공녀가 연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