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을 촬영한 대전 한남대학교 속의 역사탐방
1980년의 봄은 국민들이 바라던 봄은 아니었다.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해에는 누군가 태어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기도 했었다. 오랜 시간 권력을 잡고 있었던 박정희는 10월 26일 김재규에 의해 죽게 되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았다. 1980년은 하얀 원숭이의 해로 그해 태어난 사람들은 피부색이 하얀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백색으로 그려지기 시작하였으며 2차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불황과 신군부 군사반란으로 암흑기였다.
대전에 자리한 대학교 중에서 근대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학은 한남대학교이다. 근대건축물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근대역사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자주 촬영되었는데 이번에 개봉한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도 한남대학교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한남대 사범대학은 '수도경비사령부'로, 탈메이지기념관은 '특전사령부'로 사용됐다.
한남대학교내의 사범대학은 영화 속에서 수도경비사령부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수도경비 사령부는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현동을 근거지로 하는 대한민국 육군 소속 군단급 기능을 하며 작전사령부이다. 애칭은 방패부대. 별칭은 충정대(忠正臺)이다. 수도경비사령부(The Capital Garrison Command)로 개칭된 것은 1963년으로 1979년 12월 12일, 12.12 군사반란 당시 수도경비사령부의 주력 전투병력 대부분을 지휘하던 장세동(경복궁 제30 경비단장), 김진영(33 경비단장), 조홍(헌병단장) 등은 직속상관인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배신하고 반란의 주축이 되었다.
서울의 봄에서 정우성은 수도경비사령관인 장태완 역할을 맡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이태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수도경비사령관이었지만 아래의 지휘관들이 모두 하나회소속으로 그의 병력이동 명령에 모두 반기를 들어 반란군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한남대의 탈메이지기념관은 특전사령부로 등장하는데 1969년 8월 18일 서울광역시 용산동에서 기존의 1 공수특전단과 동해안경비사령부 예하로 신설된 1, 2 유격여단을 통합하여 육군 특수작전 지휘부대인 특수전사령부가 창설되었다.
대전시문화재로 지정된 한남대 선교사촌에서 영화 '덕혜옹주'(2016), '살인자의 기억법'(2017), '정직한 후보'(2020)와 드라마 '마더'(2018) 등을 촬영했으며 한남대 대운동장에서 '코리아'(2012), 학생회관에서 '변호인'(2013), 계의돈기념관에서 '1987'(2017)을 각각 촬영했다.
전시가 아님에도 전방 부대 병력과 탱크, 공수부대가 수도 서울로 진입했던 12월 12일 군사반란의 생생한 현장감은 그날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12.12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감정을 선사해 준다. 반란군 본부인 30 경비단, 수경사, 특전사령관 실, 서빙고 보안사, 종로 보안사령관 집무실, 국무총리 공관, 한남동 공관촌, 참모총장 공관등 군사반란의 향방과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사건들의 배경이 되는 공간들이 펼쳐진다.
날이 포근해서 그런지 마치 1980년의 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아직까지 가을이 사라지지 않은 것 같은 이곳은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이제는 역사적인 자원을 가진 곳은 또 다른 관광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역사 속에서 다시 그 시간을 되돌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시대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위함이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 영화 정직한 후보가 촬영된 건물은 옛날에는 외국인들이 거주하던 건물이었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은 반란을 위해 주요 지휘관들에게 지시를 하고 경복궁 옆 구 일본 육군 헌병 주둔지에 위치한, 장세동 보병 대령이 단장이던 수도경비 사령부 30 경비단에 집결하게 된다. 이날의 작전명은 '생일 집 잔치'. 이들의 본래 계획은 보안사의 합수부 수사관들과 육군 수경사의 헌병들을 동원하여 참모총장 공관에서 정승화를 납치해서 합수부로 데리고 가는 동시에 전두환은 대통령에게 가서 정승화의 추가 혐의를 조사하기 위한 합수부로의 체포에 대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 체포 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이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정우성 배우가 사범대학 잔디밭에서 한남대 본관을 배경으로 촬영한 '셀카'를 SNS에 올리면서 촬영지였던 한남대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 '더문'(2023)과 '별빛이 내린다'(미개봉), 드라마 '비질란테'(2023), '모범형사 2'(2022) 등도 한남대에서 촬영했다.
2023년 12월도 벌써 첫 주가 지나가고 있다. 2024년의 봄은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찾아올 것이다. 자연을 보고 감탄하면서 삶을 열심히 그리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더 잘 알 수 있다. 2023년에서 43년 전으로 돌아가보며 그날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전두환의 낚시질에 걸린 육군본부 수뇌부는 쌍방 간에 상호 병력을 동원하지 말자는 전두환의 '신사협정' 제안을 수락한 것이 최악의 한 수였다. 반란군을 막을 수 있었던 부대들이 귀환하자 국방부와 육군본부는 1 공수여단 병력에 의해 순식간에 점령당하였다. 가장 빨리 진입할 수 있는 9 공수가 출동하던 시점은 노태우가 자살을 고려할 정도로 반란군 세력에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정우성이 맡은 역의 장태완은 이후 서빙고로 끌려가 수사를 받은 후 소장 신분으로 강제 예편당하고 6개월간 가택 연금을 당했다. 이후 아버지를 잃고, 심지어 아들까지 잃는 안타까운 일을 겪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