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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5. 2023

눈 내리고 겨울꽃 피네

천천히 걷고, 천천히 생각하기에 좋은 당진 영랑사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쿵푸팬더를 보면 진정으로 강한 것은 결국 스스로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물론 영화 속에서 사람이 아니라 팬더이지만 내면의 평화로 쿵푸를 마스터한 용의 전사다운 포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물론 이와는 상반된 통통한 몸매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벌써 4편이 내년 4월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가 머물면서 살고 있는 시포의 공간을 보면 마치 사찰과 같은 느낌이 든다. 사찰이 좋은 이유는 조용하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소리의 파동이 전달되지 않아서 좋다. 

도시의 북적거림에서 벗어나 고요한 산사에서 휴식을 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천천히 걸어보고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당진 영랑사는 사찰의 규모는 크지가 않지만 주변에 걸어볼 수 있는 산책로와 고요하면서도 고즈넉한 곳이서 마음 둘 곳이 없을 때 찾아가면 좋은 곳이다. 특히 당진 영랑사는 음식을 잘하시는 분이 계시는지 밥도 맛있다는 소문이 있다. 

영랑사의 대웅전은 고려 선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 한번 수리하며 그 모습을 갖췄으나 이후 몽고의 침입 등 나라의 환란으로 그 모습을 잃었던 곳이라고 한다. 위덕왕 때 당진의 영랑사라는 사찰을 세웠다고 한다. 위덕왕은 선화공주와 사랑을 했다는 서동보다 2대에 앞선 왕으로 성왕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출가하여 불도를 닦으려 했으나 신하들의 만류로 철회하고 3년 상을 치른 다음 557년 공식적으로 왕위를 승계했다. 

금강경에는 보살이 불국토를 꽃이나 향 등으로 아름답고 위엄 있고 훌륭하게 꾸미고 배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주변을 가꾸듯이 자신을 가꾸고 공양하고 장엄하는 것은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타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공양하려는 마음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에 따라 각각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불교에서 선수행을 한다는 것이 있다. 선 수행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함이기도 하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나라는 상을 떠날 때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나고 마음의 길이 열리게 된다. 눈 내리고 겨울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주변이 가라앉고 조용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들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바라볼 수가 있다. 

당진의 영랑사에는 둘레길이 있는 삼선산수목원까지 걸어서 가볼 수가 있다. 높지 않은 고개만 하나 넘으면 삼선산 수목원이 나온다. 영랑사의 영랑(影浪)을 보면 그림자 영에 파도 랑이다. 파도라는 그림자에 비친 절이라는 의미인가. 연잎은 감당할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 없이 비워버린다. 마음을 비우면 비운만큼 채워진다고 한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웅전을 비롯해 유리광전, 산신각, 요사채가 있으며, 대웅전 안에는 충남 유형문화재 제111호인 약사여래상과 지장보살상,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범종이 있는 당진 영랑사는 당태종의 딸 영랑공주의 전설이 깃든 사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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