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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4. 2023

살인자의 뇌

5명 살해, 17명 중상해를 발생한 진주 안인득 사건

살다 보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도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유형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피곤해진다. 신체의 모든 기관에 관련이 되어 있으면서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게 조절하는 뇌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다. 그렇게 형성된 뇌는 긴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해 파스칼의 말처럼 나는 생각한다 고로존재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혜를 가지게 되었다. 


진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촉석루는 진주 남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진주를 관광하려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진주장어와 진주냉면을 먹고 촉석루를 들러 남강변을 거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촉석루에서 아래쪽으로 남강을 따라 내려가면 석류공원이 나온다. 석류공원의 건너편 그리고 남강습지원을 볼 수 있는 곳에 2,000세대가 넘는 진주가좌주공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진주가좌주공아파트는 1998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소형평형으로 이루어진 서민들의 아파트다. 


조현병이라고 불리는 병은 뇌가 사고를 하고 생각하는 방식에 문제를 만들게 하는 병이다. 사람들은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이 모두 문제라는 식으로 생각하지만 대체로 일반인들보다 강력사고 범죄율은 낮다. 즉 비율로 본다면 일반인들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의미다. 조현병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과 접촉을 꺼리는 편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중에 타인에 대해 심각한 피해의식과 적개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홀로 지내는 생활이 오래되다 보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전혀 달라지게 된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면 좋겠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2년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치료도 받지 않고 홀로 살아가면서 점점 망상장애와 공격성을 키워나간 남자가 있었다. 사회에 부적응하기도 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해 점점 생활은 나빠지기만 했다. 그에게 세상은 온통 부패와 비리, 자신을 외면하고 심지어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시력이 무척 좋지 않은 여학생을 보게 되었다. 여학생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그녀에게 공격을 하기도 했으며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 집을 따라갔다가 그녀의 집 앞에 오물을 퍼붓기도 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했다고 생각했던 남자는 결단을 내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뇌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바뀌어 있던 것이다. 2019년 4월 17일 새벽에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흉기를 두 자루를 준비하여 계단에 앉아 있었다. 마치 동물을 사냥하듯이 내려오는 족족 공격하여 큰 상처를 입혔다. 그렇게 칼을 휘둘러서 사망시킨 사람은 금 모 양(여·12세), 최 모(여·19세), 이 모(여·59세), 김 모(여·65세), 황 모(남·74세)이며 17명에게 중상해를 입혔다. 살인자의 뇌를 가진 남자의 이름은 안인득이었다. 


"아파트 내에 완전히 미친 정신 나간 것들이 수두룩 합니다. 진주시 비리와 부정부패 심각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 어느 정도나 많아져 가고 있는지 그거 조사 좀 해주십시오"


안인득이 한 말이었다. 그에게는 이런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듯했다. 자신이 당하기 전에 행동해야 되겠다고 뇌가 속삭인 것이었다. 실제 그에게 프로파일러 여러 명이 붙어서 사건의 전모를 알고자 했지만 그의 동문서답 덕분에 고생을 했다고 한다. 안인득의 조현병은 그가 완전하게 편리한 방식으로 대답을 하도록 만들었다. 사람의 뇌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과 과거에 했던 행동과 연결시켜서 문장을 만들어서 대답하게 되는데 그의 뇌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편리한 대답만 하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것들만 떠들어내고 본인이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대답만 하던 안인득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선고받게 된다.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환경에 지배받아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해서 판단하는 것은 조현병을 가진 안인득이나 일반인들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다. 문제는 불안과 망상등을 피해의식으로 확대할 때이다. 


안인득은 2010년 폭력 행위로 구속된 전과가 있었으며 지금은 국립공주법무병원으로 이름이 바뀐 공주치료감호소에서 1개월간 정신감정을 받은 결과 조현병으로 판정되어 보호관찰 3년 처분을 받았다. 개인적인 일로 공주치료감호소에 두 번 방문해 본 적이 있었는데 교도소와 구조가 똑같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모아놓아 두었다는 것만 다르다. 


그렇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안인득 사건은 2020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확정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온전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과 단절하고 의지조차 잃어가지만 그중에 자신의 처지를 세상 탓이라고 생각하며 공격성을 키워가는 유형도 있다. 뇌는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아주 작은 소리, 사람들의 눈빛, 일반인이라면 지나쳐갈 수도 있는 일조차 그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어떤 사람들의 뇌는 그 과정 속에서 살인자의 뇌로 바뀌어간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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