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28. 2023

겨울의 해파랑길

할배, 할매가 자리한 해외풍경의 경주 가곡마을

태양과 달 그리고 구름과 바다, 거기에 바닷바람과 산들거리는 나무들과 불어오는 바람에 잎사귀 소리, 자연의 ASMR의 자연의 효과음이 있는 자연의 하루하루의 변화, 계절과 생명의 탄생과 죽음 등의 드라마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은 태양의 움직임에 시간을 재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을 출발하고 있다. 짙푸른 빛깔의 겨울바다가 흰 포말을 뿌리며 짙은 코발트빛으로 몰려온다. 

경주가 면해 있는 동해바다는 금세 푸른 물에 물들 듯이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경주 감포읍의 가곡항의 새벽은 포구에서부터 다가온다. '해파랑길'은 '동해를 박차고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걷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동해의 해파랑길 중 11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가곡항에는 가곡마을이 있다. 전체적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10개 구간 50개 코스를 지닌 770km의 '걷기 길'이다.

경북 경주시는 감포읍 전촌항과 전촌솔밭해변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인도교를 만든다고 한다. 거마보행교는 전촌리가 예전에 병마창이었다는 구전에 따라 이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조성이 되면 이곳에서 볼거리가 하나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겨울바다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그 시간만큼이나 주는 즐거움이 있다. 조용함 속에 가끔씩 들려오는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이른 아침이 되면 일하려 나가는 배의 통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곡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가곡제당과 할배, 할매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여 년 전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마을 수호시느이 당목의 할배, 할매 나무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나무를 보면 알겠지만 마이 용틀임하는 듯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앞 두 그루의 소나무를 각각 할배 소나무, 할매 소나무라고 부르고 그 앞에 제당이 있고 제당 명칭은 가곡제당이라고 한다. 어선이 출어할 때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나무라고 한다. 

경주시 감포읍 가곡항이 ‘2022년 어촌뉴딜 300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어항시설 정비·어촌계 공동작업장 리모델링·마을정주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게 된다. 가곡항은 경주시에서 가장 큰 어항이다. 

경주 불국사와 그 주변만을 가본 사람들은 경주에 아름다운 겨울바다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경주도 어엿한 동해바다를 품고 있는 해파랑길의 한 구간인 여행지다. 

열대지방이나 아열대기후에서 볼 것만 같은 풍경을 보면 모히또가 생각이 난다. 모히토의 발상지는 쿠바로 모히토라는 이름은 ‘마법의 부적’을 뜻하는 스페인어 ‘Mojo’에서 유래되었다. 헤밍웨이가 “내 삶은 라 보데기타의 모히토와 엘 플로리디타의 다이키리에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겨 쿠바의 선술집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동해의 바다는 참 맑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특히 겨울바다는 더없이 맑아서 동해를 걷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마법의 부적이라는 스페인어처럼 MOJO처럼 때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상상해보곤 한다. 길고 지난한 삶의 길에서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낄 때마다 기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곤 한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마음을 가지고 때론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여전히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국민의 자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