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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2. 2024

설레는 마음이 서고 싶은 날 그렇게 찾아온다. 

누군가를 볼 때 그 모습이 생기고 그 모습이 생겨야 마음이 생겨나고 마음이 생겨나야 움직이는 법이다. 그것이 마음에 우러나서 보는 봄이다. 봄이라는 계절은 잠시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따사함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인 모든 이의 마음이며 설 입에 봄 춘을 써서 입춘이라고도 한다. 4일이 입춘이다. 입춘(立春)은 매년 2월에 들어 있는데 3일 혹은 4일 늦어야 5일에 든다. 음력 정월 초하루 앞뒤에 해당한다. 음력으로 본다면 첫 절기이지만 새해 전에 들면 음력 상으로 전년의 마지막 절기가 된다. 

꽃이 언제 피나 했더니 밖에 나가 전통시장에 가보니 화사한 꽃이 핀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자연스럽고, 공기가 차가워지고 다시 따뜻한 것을 찾는 것도 모두 자연스러운 일이다. 입춘이라는 절기는 태양이 가상의 황도면을 따라 가장 남쪽(동지)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황경 315도에 이른 점이다. 입춘 하면 옛사람들은 일이 길하고 볕이 쏘이듯 생기가 충만하길 바란다는 의미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써서 대문에 붙여둔다.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도 좋다. 다른 사람눈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글을 써서 아파트 문에 붙여두면 좋겠지만 한문을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부적을 붙여둔 것이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다. 

봄이 섰다는 것은 바로 따뜻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은 입춘(立春)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춥냐는 이야기를 하지만 입춘은 단지 시작이다. 그 시작이 있어서 따뜻해지는 것을 먼저 보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은 간과하고 살아간다. 모두에게 차가운 줄 알았던 계절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다렸던 계절이고 모두에게 불편한 줄 알았는데 어떤 이에게는 좋았던 순간이다. 모든 것이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이나 순간도 그렇게 의미가 생길 수가 있다. 

설립(立)은 봄을 세운다는 말이다.  이 글자는 사람이 두 팔을 벌린 채 땅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추운 겨울, 동지에 그리는 이 그림은 9 ×9=81, 곧 81개의 매화 꽃송이를 그린 것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이다. 매일 하루에 한 송이씩 차례대로 빨갛게 칠한 것이  81일 동안 81송이의 매화의 채색을 완성할 즈음 진짜 매화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이 온다. 그림을 하나하나 그리며 자신만의 색을 완성하듯이 가다 보면 결국  내면은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진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기예보상 4일 기온은 최저 1도, 최고 10도로 예보됐다고 한다. 입춘의 낮 최고기온이 10도를 넘긴 건 1973년 현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973년(11.4도) 이후 처음이다. 무언가를 보는 모습은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다. 고통이 없이는 깨달음이 없고 추위가 차갑다는 것을 모른다면 따뜻함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빠르고 느림의 차이가 있을 뿐 걸어감에 있어서 그침이 없다면 결국 가지 끝에 완연하게 피어 있는 매화꽃의 봄을 볼 때가 온다. 봄, 그것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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